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의 외교안보 정책은 북한의 핵 도발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치·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화보다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 점을 긍정 평가했다. 다만 외교안보 분야 비전이 불명확하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국내외 혼란을 야기한 점을 두고는 비판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정치·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잘한 점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한 대처가 꼽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자주국방만을 강조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방향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며 “미 정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위원은 “북핵 도발에 대해 보수 정부보다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보여줘 외교안보 분야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베를린 구상은 대북 문제에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압박보다는 국제 공조와 대화를 병행하면서 해나가겠다는 큰 틀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지금은 북·미 간 대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서 의미가 있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비전이 불분명하고, 메시지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종하 한남대 교수는 “국가 전략 자체가 없다 보니 외교안보 정책도 임시대응 일색”이라며 “대북정책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한데 한·미 간 일관성 있는 메시지 전달이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드 배치 과정에 비판이 쏟아졌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은 미국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펴야 하는데 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에 모호한 모습만 보여줬다”며 “중국의 경제적 압박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정책의 성공은 한반도 위기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으로 봐야 하는데 한반도 주변국과 외교적 노력을 더해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북의 미사일 도발이 심화되고 있는데 북한의 핵 위협이 물리적 충돌로 귀결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채연/정인설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