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가 한 고비를 넘겼다. 회계법인 삼일PwC가 반기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러나 회계 정확성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은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투자의견 등을 줄줄이 낮추는 상황이다.

최악 피한 KAI 감사의견 '적정'...증권사 '가치산정 불가'
16일 오후 2시33분 현재 한국항공우주는 전 거래일보다 5850원(15.85%) 상승한 4만2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장에서 외국계 주문창구 주문이 집중되면서 23% 넘게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한 모습이다.

나흘 만에 반등이다. 주가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지난 14일 KAI가 제출한 반기 보고서 때문이다.

KAI는 지난 14일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회계처리 오류에 따른 재무제표 수정 결과를 공시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매출액은 350억원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34억원, 당기순이익은 427억원 증가했다.

외부 감사를 맡은 삼일은 KAI의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제시했다. 삼일은 "회계기준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삼일은 지난 2009년부터 KAI의 외부 감사를 맡아왔다. 이번 반기 보고서까지 재무제표에 대해 모두 '적정' 의견을 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권사들은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연이어 낮췄다. 검찰의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가 진행되면서 돌발 악재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9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52% 내렸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KAI의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발생했고 추가적인 위험요인들도 남아있다"며 "한국정부 납품물량 관련 수익성 저하와 수리온 관련 매출 및 수금 지연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검찰수사 장기화, 금감원 감리 및 검찰이 추가적인 비리 수사 등이 주요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7만2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43% 낮췄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정 의견은 의도적인 대규모 분식회계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수리온 사업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직전에 제시했던 8만원을 삭제하고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정확한 기업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아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가 무의해졌던 상황"이라며 "앞으로 금감원과 검찰이 (인식시점과 진행률 차이 등을) 인정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주가를 삭제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숫자에 대한 변경이 크게 이뤄졌고, 회계기준 변경으로 향후 실적 추정에 중요한 근거자료(국내방산, 완제기수출 프로젝트별 매출 인식 시점 및 규모)가 부족해 목표주가 산출에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반기보고서 감사의견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식 시점의 차이에 대해 국제회계기준 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내 항공산업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매수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 채 목표주가만 기존 7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