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 "뇌분석 분야 빅뱅 일으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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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게이저는 뇌 분석 정보업체다.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의 뇌 MRI를 분석해 뇌 성장 상태를 알려준다. 5~15세 자녀를 둔 학부모가 타깃이다. 내년 출시를 앞둔 ‘마이 차일즈 브레인(My Child’s Brain)’ 서비스는 자녀의 나이, 어휘·읽기 능력, 기억, 집중력, 예술성 등 총 20여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뇌 분석으로 아이의 적성을 찾고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뇌 과학분야 권위자인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가 자문을 하고 그의 동생 이흥열 대표가 플랫폼을 개발했다. 2014년 창업 후 뇌 관련 논문과 데이터를 모아 분석 시스템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MRI 데이터를 축적해 시스템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10일 압구정동 뉴로게이저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로게이저가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뇌 MRI를 통해 자신의 뇌 발달 상태와 적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을 한다. 현재로선 아프지 않은 정상인이 자신의 뇌 상태를 알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뇌를 상태를 알기 위해선 행동검사나 IQ 검사, 영재검사, MBTI 적성검사 등이 있는데 대부분 질문에 답하는 간접적인 측정 방식이라 정확하지 않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편차도 크다. 트레이닝의 결과인지, 진짜 이 사람의 능력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뉴로게이저는 뇌 MRI를 분석했을 때 뇌가 몇세 수준인지, 어떤 능력이 발달돼있는지 알려준다. 미술적 능력이 발달돼 있으니 외국어보다 그림을 배우는게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조언도 해준다.
현재 부모들은 자녀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어, 피아노, 미술 등 많은 학원을 보낸다. 그런데 이 아이의 뇌가 외국어를 가르쳐도 습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 학습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그래도 억지로 가르치게 될까. 뇌 검사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아이의 적성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떻게 뇌 MRI를 분석하는지 궁금하다.
"해외에 공개된 뇌 연구 논문들과 뇌 MRI와 행동 데이터의 연관성을 파악한 플랫폼에 고객의 정보를 대입해 분석한다. AI를 활용하는 바이오 스타트업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환자가 아니라 정상인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의학계에서 활용되는 AI의 경우 정상인과 환자의 엑스레이나 MRI 등 의료정보를 대량으로 학습시키면, 컴퓨터가 이미지만 보고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판단해준다.
뇌 MRI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알츠하이머 환자인지 판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인의 뇌를 보고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정상인 뇌의 가능성을 측정하려면 정상, 비정상인 뿐만 아니라 뇌의 생김새에 따라 어떤 능력이 발달됐는지 알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모아야한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는 뇌과학자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진행 단계는 어디까지 왔는지.
"외국에서 연구된 논문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토대로 2014년 회사 설립 후 3년 간 파이프 라인을 만들었다. 연관성이 확인된 것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들고 우리나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동서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목표는 연령 당 100명을 모으는 것이다. 그 정도면 일반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보통 1개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40~50개의 샘플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다. 우리가 데이터를 보유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나.
"미국에서는 6살 아이의 뇌 구조를 찍으면 6년 후에 수학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최근 20년은 뉴로사이언스 연구의 황금기로 평가된다. MRI가 발명된 후 촬영 영역이 넓어지고 해상도가 개선되는 등 기계에 혁신이 일어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fMRI 촬영은 특정 영상을 보여주거나 과제를 주고 MRI를 촬영하는데 이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어떤 뇌를 가진 사람이 운동을 잘하고 음악적 능력이 뛰어난지 등 궁금증을 직접 대입하기 시작했고 뇌의 영상을 통해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뉴로사이언스 분야가 빅뱅 일보 직전이다. 상용화 시점까지 다다랐다. 1년이면 없던 회사가 4-5개 뇌분석 회사가 생기고 정상인 대상으로 하는 회사가 출현할 것으로 본다. 3년 전에는 뉴로게이저는 세계 최초의 회사라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는 뇌 MRI를 연구하는 기업이 있나.
"일본에 ‘아라야’라는 회사가 있다. 일본 정부가 400억~500억원을 지원하는 민관 기업이다. 정상인의 뇌 MRI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뉴로파일링을 선도적으로 수행했다. 이대열 교수가 지난 7월 관계자를 만났는데 AI(인공지능)으로 돌아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라야는 뇌 MRI 데이터를 모으는데 너무 치중했다. 무료 분석 서비스를 내걸고 인터넷에 이미지든, 어떤 형태의 파일이든 MRI를 올려달라고 했다. 데이터를 모아 파일링하려고 했는데 뇌 구조와 행동 데이터의 관련성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러다보니 AI 기능만 발달했다."
-개인의 MRI 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진 않나.
"우버가 한국에서 쫓겨난 것처럼 사회 편익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상충된다. 편익을 키우려면 프라이버시 문제는 어느 정도 용인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건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환자에게만 MRI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플 때까지는 방치해야한다는 것과 같다. 정상인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한다."
-뇌 발달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면 인간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가.
"외생 환경에 따라 뇌도 근육처럼 변한다. 뉴로게이저가 제공하는 정보는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진단한 의견이다. 뉴로게이저의 미션은 뉴로사이언스 발전에 기여하고 뉴로비즈니스의 혁신을 일으키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 분석에 집중하고 부가적 가치 창출은 에코시스템에 맡기려고 한다. 교육 패러다임은 교육공학자들이 만들면 된다. 우린 질문과 대안을 제시하는 회사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키워준다는 등 자극적인 방식으로 홍보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재를 발굴하는 TV 프로그램과 제휴해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거절했다. 철학적으로 고민한 문제를 가지고 신중히 접근하고 싶다. 그래서 투자의 상당부분을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작년 2월 ‘마이 차일드 브레인’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개시하지 않고 있다.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는.
"작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하자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컸다. 데이터만 있으면 되는 줄 알고 현재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다. 지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검증되지 않은 자동차가 거리에 나가는 것과 똑같다고 설득했다.
우리는 IQ 검사나 적성검사를 대체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지만 자동차의 대체제가 아닌 것과 같다. 구청에 가면 IQ검사, 치매검사도 공짜로 해주는데, 왜 백만원이나 내고 아이를 MRI 스캐너 안에서 20분 동안 검사를 받겠나. 우리가 IQ 검사보다 20% 더 정확하다, 행동검사 5개를 단 10분 만에 MRI로 끝냈다고 하면 우리 서비스를 받을까? 처음엔 신기할 수 있지만 길게 가지 못한다."
-서비스 이용 방법과 가격이 궁금하다.
"서비스 이용에 동의를 한 후 뉴로게이저와 제휴를 맺은 병원에서 MRI를 찍으면 된다. MRI를 연구용 사용해도 되는지, 데이터를 보관해도 되는지 고객의 동의가 있어야 병원이 가진 MRI 정보가 뉴로게이저로 전송된다. MRI는 의료기기여서 의료법에 따라 일반 기업이 소유하지 못한다. 연구용으로는 가능하지만 금액이 20억원이 넘어서 스타트업이 보유하기 어렵다.
MRI를 촬영할 때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비용이 비싸다. 뉴로게이저의 뇌 분석 서비스 가격은 청소년은 99만원, 중장년은 66만원, 노인은 77만원으로 책정돼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서비스 초기 무료 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고객이 몰리게 되면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데이터 양보다 질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률을 높인 다음 잉여 이익을 연구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뇌 MRI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활용 분야가 많을텐데.
"중장년, 노년의 뇌 MRI 데이터는 알츠하이머나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나 바이오텍, 병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뇌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서 ‘브레인 데이터 비즈니스’에 도달하는게 궁극적 목표다."
-미국 법인도 설립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
"지난달 미국 법인을 세웠다. 나와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인 이대열 교수를 포함해 4명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뇌 과학과 관련된 사업을 이해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다. 선진국처럼 뇌 과학 분야의 컨센서스가 확산된 상태라면 더 수월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미국 법인을 통해서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뇌 과학분야 권위자인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가 자문을 하고 그의 동생 이흥열 대표가 플랫폼을 개발했다. 2014년 창업 후 뇌 관련 논문과 데이터를 모아 분석 시스템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MRI 데이터를 축적해 시스템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10일 압구정동 뉴로게이저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로게이저가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뇌 MRI를 통해 자신의 뇌 발달 상태와 적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을 한다. 현재로선 아프지 않은 정상인이 자신의 뇌 상태를 알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뇌를 상태를 알기 위해선 행동검사나 IQ 검사, 영재검사, MBTI 적성검사 등이 있는데 대부분 질문에 답하는 간접적인 측정 방식이라 정확하지 않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편차도 크다. 트레이닝의 결과인지, 진짜 이 사람의 능력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뉴로게이저는 뇌 MRI를 분석했을 때 뇌가 몇세 수준인지, 어떤 능력이 발달돼있는지 알려준다. 미술적 능력이 발달돼 있으니 외국어보다 그림을 배우는게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조언도 해준다.
현재 부모들은 자녀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어, 피아노, 미술 등 많은 학원을 보낸다. 그런데 이 아이의 뇌가 외국어를 가르쳐도 습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 학습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그래도 억지로 가르치게 될까. 뇌 검사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아이의 적성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떻게 뇌 MRI를 분석하는지 궁금하다.
"해외에 공개된 뇌 연구 논문들과 뇌 MRI와 행동 데이터의 연관성을 파악한 플랫폼에 고객의 정보를 대입해 분석한다. AI를 활용하는 바이오 스타트업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환자가 아니라 정상인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의학계에서 활용되는 AI의 경우 정상인과 환자의 엑스레이나 MRI 등 의료정보를 대량으로 학습시키면, 컴퓨터가 이미지만 보고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판단해준다.
뇌 MRI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알츠하이머 환자인지 판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인의 뇌를 보고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정상인 뇌의 가능성을 측정하려면 정상, 비정상인 뿐만 아니라 뇌의 생김새에 따라 어떤 능력이 발달됐는지 알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모아야한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는 뇌과학자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진행 단계는 어디까지 왔는지.
"외국에서 연구된 논문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토대로 2014년 회사 설립 후 3년 간 파이프 라인을 만들었다. 연관성이 확인된 것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들고 우리나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동서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목표는 연령 당 100명을 모으는 것이다. 그 정도면 일반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보통 1개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40~50개의 샘플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다. 우리가 데이터를 보유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나.
"미국에서는 6살 아이의 뇌 구조를 찍으면 6년 후에 수학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최근 20년은 뉴로사이언스 연구의 황금기로 평가된다. MRI가 발명된 후 촬영 영역이 넓어지고 해상도가 개선되는 등 기계에 혁신이 일어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fMRI 촬영은 특정 영상을 보여주거나 과제를 주고 MRI를 촬영하는데 이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어떤 뇌를 가진 사람이 운동을 잘하고 음악적 능력이 뛰어난지 등 궁금증을 직접 대입하기 시작했고 뇌의 영상을 통해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뉴로사이언스 분야가 빅뱅 일보 직전이다. 상용화 시점까지 다다랐다. 1년이면 없던 회사가 4-5개 뇌분석 회사가 생기고 정상인 대상으로 하는 회사가 출현할 것으로 본다. 3년 전에는 뉴로게이저는 세계 최초의 회사라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는 뇌 MRI를 연구하는 기업이 있나.
"일본에 ‘아라야’라는 회사가 있다. 일본 정부가 400억~500억원을 지원하는 민관 기업이다. 정상인의 뇌 MRI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뉴로파일링을 선도적으로 수행했다. 이대열 교수가 지난 7월 관계자를 만났는데 AI(인공지능)으로 돌아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라야는 뇌 MRI 데이터를 모으는데 너무 치중했다. 무료 분석 서비스를 내걸고 인터넷에 이미지든, 어떤 형태의 파일이든 MRI를 올려달라고 했다. 데이터를 모아 파일링하려고 했는데 뇌 구조와 행동 데이터의 관련성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러다보니 AI 기능만 발달했다."
-개인의 MRI 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진 않나.
"우버가 한국에서 쫓겨난 것처럼 사회 편익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상충된다. 편익을 키우려면 프라이버시 문제는 어느 정도 용인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건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환자에게만 MRI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플 때까지는 방치해야한다는 것과 같다. 정상인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한다."
-뇌 발달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면 인간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가.
"외생 환경에 따라 뇌도 근육처럼 변한다. 뉴로게이저가 제공하는 정보는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진단한 의견이다. 뉴로게이저의 미션은 뉴로사이언스 발전에 기여하고 뉴로비즈니스의 혁신을 일으키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 분석에 집중하고 부가적 가치 창출은 에코시스템에 맡기려고 한다. 교육 패러다임은 교육공학자들이 만들면 된다. 우린 질문과 대안을 제시하는 회사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키워준다는 등 자극적인 방식으로 홍보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재를 발굴하는 TV 프로그램과 제휴해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거절했다. 철학적으로 고민한 문제를 가지고 신중히 접근하고 싶다. 그래서 투자의 상당부분을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작년 2월 ‘마이 차일드 브레인’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개시하지 않고 있다.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는.
"작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하자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컸다. 데이터만 있으면 되는 줄 알고 현재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다. 지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검증되지 않은 자동차가 거리에 나가는 것과 똑같다고 설득했다.
우리는 IQ 검사나 적성검사를 대체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지만 자동차의 대체제가 아닌 것과 같다. 구청에 가면 IQ검사, 치매검사도 공짜로 해주는데, 왜 백만원이나 내고 아이를 MRI 스캐너 안에서 20분 동안 검사를 받겠나. 우리가 IQ 검사보다 20% 더 정확하다, 행동검사 5개를 단 10분 만에 MRI로 끝냈다고 하면 우리 서비스를 받을까? 처음엔 신기할 수 있지만 길게 가지 못한다."
-서비스 이용 방법과 가격이 궁금하다.
"서비스 이용에 동의를 한 후 뉴로게이저와 제휴를 맺은 병원에서 MRI를 찍으면 된다. MRI를 연구용 사용해도 되는지, 데이터를 보관해도 되는지 고객의 동의가 있어야 병원이 가진 MRI 정보가 뉴로게이저로 전송된다. MRI는 의료기기여서 의료법에 따라 일반 기업이 소유하지 못한다. 연구용으로는 가능하지만 금액이 20억원이 넘어서 스타트업이 보유하기 어렵다.
MRI를 촬영할 때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비용이 비싸다. 뉴로게이저의 뇌 분석 서비스 가격은 청소년은 99만원, 중장년은 66만원, 노인은 77만원으로 책정돼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서비스 초기 무료 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고객이 몰리게 되면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데이터 양보다 질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률을 높인 다음 잉여 이익을 연구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뇌 MRI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활용 분야가 많을텐데.
"중장년, 노년의 뇌 MRI 데이터는 알츠하이머나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나 바이오텍, 병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뇌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서 ‘브레인 데이터 비즈니스’에 도달하는게 궁극적 목표다."
-미국 법인도 설립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
"지난달 미국 법인을 세웠다. 나와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인 이대열 교수를 포함해 4명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뇌 과학과 관련된 사업을 이해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다. 선진국처럼 뇌 과학 분야의 컨센서스가 확산된 상태라면 더 수월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미국 법인을 통해서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