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다주택자 배 불리는 '내집 마련 신청' 제동 건다
국토교통부가 ‘내집 마련’ 방식의 분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정당 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을 한 뒤 남은 물량을 사전에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월계동 ‘인덕 아이파크’ 아파트 내집 마련 추첨 현장을 찾은 국토부 공무원은 청약 전 내집마련신청서를 받은 건설사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국토부는 내집 마련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정당 계약에 이은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에는 건설사가 임의로 미계약분을 처분할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선착순으로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사전에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당첨될 수 있는 데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어 내집 마련 신청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1주택 이상 보유자 등 가점제로는 당첨 가능성이 낮은 이들이 내집 마련 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주변 지인을 동원해 수십 개씩 신청서를 작성하는 이도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계약을 마친 신길동 ‘신길 센트럴자이’ 내집 마련 신청에도 31가구 모집에 4400여 명이 접수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계약분을 ‘내집 마련’ 방식으로 분양하면 발빠른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과 투자자들이 다 채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미계약분도 다주택자가 아니라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의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향후 미계약분 공급 절차도 개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높여 미계약분이 투자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공덕동에서 분양 중인 ‘공덕 SK리더스뷰’ 아파트는 마포구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통 20%로 책정하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30%로 높였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예비당첨자 계약에도 추첨제가 아니라 가점제를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무주택자에게 당첨 기회를 늘려주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정부가 민간 아파트 분양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