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주축이 된 국내 첫 바이오 클러스터인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HIP)가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에 본격 나선다. 내년 말 동물실험센터까지 완공되면 물질 개발부터 비임상, 임상, 제품 개발 등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산-학-연-병 복합 클러스터가 완성될 전망이다.
병원이 이끄는 바이오 클러스터 '힘찬 시동'
◆산-학-연-병 클러스터 본격 가동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10월 경기 성남에 있는 HIP 건물에 390㎡ 규모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캠퍼스를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5년 동안 20여 개 스타트업을 키울 계획이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진료나 연구 단계에서 나온 각종 아이디어가 실험실에 묻히지 않고 산업화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첫해에는 다섯 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캠퍼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가진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연구자의 제품 개발, 상품화, 사업화, 네트워킹, 창업 등 전 주기 지원을 할 계획이다. 18일에는 병원 내 창업 교수, 스타트업 등이 기술을 발표하고 제품을 사용할 의료진과 투자자 등이 이를 분석하는 HIP 브리지포럼도 연다.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R&D센터장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기업-병원-투자자 간 연결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30여 개 입주 기업과 공동 연구

지난해 문을 연 HIP에는 30여 개 기업이 입주해 병원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소화기내과 의료진과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 관련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병리과 의료진과 유전체 정보 기반 진단 및 치료법 공동 연구를, 아람휴비스는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과 비디오 후두경을 개발하고 있다.

병원은 내년 말 동물실험센터인 지석영의생명연구소가 완공되면 물질 개발,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을 한곳에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IP 건물 옆에 제약생산 시설 등이 들어서면 병원을 중심으로 물질 개발부터 제조까지 신약, 의료기기 개발의 전 주기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된다. 오송과 대구 등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는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클러스터다.

◆고려대 등도 클러스터 구축 나서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병원이 주축이 된 자생적 클러스터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1000여 개 바이오 기업이 밀집해 있고 연구자 및 기업이 보유한 특허만 5000건이 넘는다.

HIP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병원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2020년 개원하는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을 중심으로 첨단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2300억원을 투입해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짓고 외부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주대병원은 2015년부터 병원 내부 시설을 임상연구 관련 기업 등에 개방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