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계를 읽을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제도나 각종 기준이 다른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는 특히 그렇다. OECD 근로시간 통계는 정규직, 비정규직은 물론 시간제 근로자 등 모든 형태의 고용을 망라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많을수록 평균 근로시간은 줄고 정규직이 많으면 반대로 길게 나온다.
OECD에서 근로시간이 네 번째로 짧은 덴마크(1410시간)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 40시간 이상 근로자는 전체의 30%를 조금 넘는 반면 20시간 미만이 20% 안팎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 주당 40시간 이상이 80% 안팎이고 20시간 미만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행정 사무 및 전문직들을 근로시간 통계에서 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단순 근로시간의 국제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의 근로시간도 월 22일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7.83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하루 8시간)에도 못 미친다. 가혹한 근로 여건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근무시간 중 업무 강도나 생산성은 한국이 국제 평균 이하라는 견해도 많다.
OECD 고용동향은 매년 발표되며 국가별 순위도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매년 1, 2위를 다투는 것은 풀타임 근로자 비중이 높은 데다 초과근로 할증률(50%)이 높아 연장 및 휴일 근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도외시한 채, 무조건 근로시간만 줄이려다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밀어붙이는 비정규직 감축이 결과적으로 평균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