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공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2016년)이 2069시간으로 35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많아 연간 기준으로는 38일 더 일한 셈이다. 또 한국의 평균 실질임금은 독일의 70%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뼈 빠지게 일하고 돈은 몇 푼 못 받으니 ‘헬 조선’ 소리가 나올 법하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계를 읽을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제도나 각종 기준이 다른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는 특히 그렇다. OECD 근로시간 통계는 정규직, 비정규직은 물론 시간제 근로자 등 모든 형태의 고용을 망라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많을수록 평균 근로시간은 줄고 정규직이 많으면 반대로 길게 나온다.

OECD에서 근로시간이 네 번째로 짧은 덴마크(1410시간)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 40시간 이상 근로자는 전체의 30%를 조금 넘는 반면 20시간 미만이 20% 안팎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 주당 40시간 이상이 80% 안팎이고 20시간 미만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행정 사무 및 전문직들을 근로시간 통계에서 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단순 근로시간의 국제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의 근로시간도 월 22일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7.83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하루 8시간)에도 못 미친다. 가혹한 근로 여건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근무시간 중 업무 강도나 생산성은 한국이 국제 평균 이하라는 견해도 많다.

OECD 고용동향은 매년 발표되며 국가별 순위도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매년 1, 2위를 다투는 것은 풀타임 근로자 비중이 높은 데다 초과근로 할증률(50%)이 높아 연장 및 휴일 근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도외시한 채, 무조건 근로시간만 줄이려다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밀어붙이는 비정규직 감축이 결과적으로 평균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