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에 나섰다. 지난 10일과 14일 이틀간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여 6년째 노동쟁의를 이어갔다. 현대차 노조 파업은 연례 행사여서 이젠 특별한 뉴스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늘 그랬듯이 노사 잠정합의안이 나온다.

현대차 파업보다 더 긴장해야 할 소식은 해외 공장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 있다. 올해는 국내 공장보단 해외 공장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가던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은 올들어 생산성 저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올 1~7월까지 현지 공장들의 누적 생산 판매대수는 참담할 지경이다. 현대차 생산이 작년 동기간 대비 24만대(-12.9%) 줄었다. 기아차 생산은 12만대(-15.8%) 감소했다. 양사가 작년보다 36만대나 적게 생산해 팔았다.

해외 공장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공장의 파업이 길어져 가동일수가 줄어들고 신뢰도가 떨어지면 올 연말까지 글로벌 700만대 판매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선 올초 사드 이슈 등이 불거진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 여파가 지속된 게 해외 공장 생산성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현대·기아차 생산량이 44%나 빠졌다.

여기에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생산성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이 절반 가까이 책임지고 있어 해외 공장 피해가 커졌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세계 시장에서 대체 차종 수급이 다소 지연된 데다 2014년 이후 자동차 시장이 불경기로 돌아선 배경이 더해졌다"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비해 현대차가 친환경차 공급이 늦어진 것도 해외 쪽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영업이익률 10%를 넘어서던 잘 나가던 수익성은 어느덧 반토막난 상태다. 많이 벌면 파업해도 피해가 덜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현대차 노조가 9월 중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를 예정이어서 다음주까지 집중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추석 이후로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 양측이 소통 부재로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삼는 한,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아차 통상임금 선고 등을 앞두고 한국차의 앞날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현대차 노사는 16일 울산공장에서 24차 임금·단체협상을 위해 얼굴을 맞댄다. 해외 공장의 생산성 하락과 실적 악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손실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노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야 할 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