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보유국 인정 못 해…한미연합훈련 예정대로 실시"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핵 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언행 중단 등 3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도자끼리 험한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고조됐던 북미관계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미국의 대북 강온 양면전술이 재개한 양상이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외신기자 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북·미 대화를 위한 3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기꺼이 북한과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눌 것이나 우리는 아직 '그 지점'(that point) 근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면서 북한에 "핵 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 국면이 조성된 이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북·미 대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북한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며 "안 그랬으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썼다.

한때 미국의 전략기지 괌 포격을 위협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한 평가로 해석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계속 관심을 둘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김정은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는 더는 미국의 카드가 아니라며 북핵을 수용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그는 전직 관리로, 더 이상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만큼 북핵 위협을 잘 아는 나라는 없으며, 미국은 두 동맹국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오는 21일부터 시작하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해서도 "이런 군사훈련은 전 세계 어디서나 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 '이중 동결'(double freeze)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재안인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 주장을 일축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