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테이블 4개 훠궈 식당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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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서비스 입소문 중국 대표 외식체인 '우뚝'
장융 하이디라오 회장
장융 하이디라오 회장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 역시 나름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장융(張勇) 하이디라오 회장(47)은 중국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가 1994년 창업한 훠궈(쓰촨식 샤부샤부) 체인점 하이디라오는 특급 호텔을 뺨치는 서비스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주목한 성공 비결
중국 중서부 쓰촨지방 특유의 ‘마라향’이 가미된 육수 국물에 양고기, 버섯, 해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데쳐서 먹는 훠궈는 중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 중 하나다. 중국 어느 지방을 가도 어렵지 않게 훠궈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둥근 회전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며 훠궈를 먹는 모습만큼 중국을 잘 표현하는 장면도 드물다. 이 같은 인기 때문에 훠궈는 중국 외식업계에선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웬만해선 창업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다들 생각했다.
쓰촨성 젠양시에서 트랙터를 제조하는 국유기업에서 일하던 장 회장은 24세 때인 1994년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를 창업했다. 탁자가 4개밖에 없는 보잘것없는 식당이었다. 멀쩡한 국유기업에 다니던 그가 훠궈 전문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그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은 말렸다.
그때만 해도 하이디라오가 중국을 대표하는 훠궈 체인점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이디라오는 현재 중국 57개 도시에서 1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30% 증가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굴지의 중국 기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이디라오가 중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외식업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5성급 호텔 능가하는 서비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대도시에선 하이디라오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녁 시간대엔 전국 어느 하이디라오 매장을 찾아도 1~2시간가량 기다려야만 훠궈를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1년 365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훠궈의 맛은 중국 내 보통 훠궈집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손님을 이끄는 힘은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이 제공하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다. 하이디라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무료 안마와 손톱 정리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동반한 어린이를 위한 각종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다. 대기 테이블에는 수박 화미과 등 각종 과일과 음료 스낵 등이 제공된다. 훠궈 테이블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한 비닐 케이스가 제공되고, 안경 렌즈가 더러운 고객에게는 안경 닦는 천을 건네준다. 뜨거운 물수건도 10분에 한 번씩 갈아준다.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은 손님의 어떤 요구에도 환한 웃음으로 신속하게 응대한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종업원을 두 번 이상 부르는 일은 하이디라오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사람중시 경영으로 종업원 동기 부여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의 이 같은 고객감동 서비스는 장 회장 특유의 ‘사람중시’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장 회장은 하이디라오 직원들에게 중국 여타 회사에선 보기 힘든 복지혜택과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모든 직원에게 에어컨 와이파이 등이 갖춰진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정 연차 이상의 직원들에겐 매월 부모 공양 수당을 지급하고, 직원들이 각종 재난을 당했을 때를 대비해 재난구조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직원 자녀들의 학비도 100% 회사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하이디라오 직원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건 이런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다. 바로 무한한 자기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하이디라오는 웬만해선 외부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않는다. 대부분 내부 직원들을 키워서 쓴다. 하이디라오의 미국 법인 대표는 하이디라오 매장에서 도어맨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최고경영자(CEO) 양샤오리는 웨이트리스 출신이다. 매니저급 중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체인점을 개설할 기회도 제공한다. 하이디라오의 인사평가 기준 역시 종업원의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매출 기여도가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로 각 매장의 점장들을 평가한다.
장 회장이 이처럼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그의 창업 동기와 관련이 있다. 장 회장은 트랙터 공장에 다니던 19세 때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식당을 찾았지만 당시 그 매장의 직원들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의 생애 첫 외식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때 장 회장은 창업을 결심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실행에 옮겼다. 하이디라오의 성공 스토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소개한 워런 맥파랜 교수는 “하이디라오는 1호점 때부터 서비스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해외 진출 속도 낸다
장 회장의 최근 고민은 해외시장 진출이다. 하이디라오는 로스앤젤레스, 도쿄, 싱가포르, 서울 등지에 5개 해외 매장을 두고 있는데, 올해부터 빠른 속도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80여 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인데, 이 중 최소 10개는 해외에서 문을 연다는 게 장 회장의 목표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흐름은 하이디라오에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회장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각 지역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가령 대기 고객들에게 안마나 손톱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전략이다. 장 회장은 대신 미국에선 매장 분위기를 나이트클럽과 비슷하게 바꾸거나, 1인용 메뉴와 세트 메뉴 등 미국인에게 익숙한 메뉴도 개발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맥도날드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이 미국식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면 하이디라오는 중국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주목한 성공 비결
중국 중서부 쓰촨지방 특유의 ‘마라향’이 가미된 육수 국물에 양고기, 버섯, 해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데쳐서 먹는 훠궈는 중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 중 하나다. 중국 어느 지방을 가도 어렵지 않게 훠궈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둥근 회전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며 훠궈를 먹는 모습만큼 중국을 잘 표현하는 장면도 드물다. 이 같은 인기 때문에 훠궈는 중국 외식업계에선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웬만해선 창업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다들 생각했다.
쓰촨성 젠양시에서 트랙터를 제조하는 국유기업에서 일하던 장 회장은 24세 때인 1994년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를 창업했다. 탁자가 4개밖에 없는 보잘것없는 식당이었다. 멀쩡한 국유기업에 다니던 그가 훠궈 전문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그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은 말렸다.
그때만 해도 하이디라오가 중국을 대표하는 훠궈 체인점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이디라오는 현재 중국 57개 도시에서 1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30% 증가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굴지의 중국 기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이디라오가 중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외식업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5성급 호텔 능가하는 서비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대도시에선 하이디라오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녁 시간대엔 전국 어느 하이디라오 매장을 찾아도 1~2시간가량 기다려야만 훠궈를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1년 365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훠궈의 맛은 중국 내 보통 훠궈집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손님을 이끄는 힘은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이 제공하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다. 하이디라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무료 안마와 손톱 정리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동반한 어린이를 위한 각종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다. 대기 테이블에는 수박 화미과 등 각종 과일과 음료 스낵 등이 제공된다. 훠궈 테이블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한 비닐 케이스가 제공되고, 안경 렌즈가 더러운 고객에게는 안경 닦는 천을 건네준다. 뜨거운 물수건도 10분에 한 번씩 갈아준다.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은 손님의 어떤 요구에도 환한 웃음으로 신속하게 응대한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종업원을 두 번 이상 부르는 일은 하이디라오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사람중시 경영으로 종업원 동기 부여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의 이 같은 고객감동 서비스는 장 회장 특유의 ‘사람중시’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장 회장은 하이디라오 직원들에게 중국 여타 회사에선 보기 힘든 복지혜택과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모든 직원에게 에어컨 와이파이 등이 갖춰진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정 연차 이상의 직원들에겐 매월 부모 공양 수당을 지급하고, 직원들이 각종 재난을 당했을 때를 대비해 재난구조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직원 자녀들의 학비도 100% 회사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하이디라오 직원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건 이런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다. 바로 무한한 자기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하이디라오는 웬만해선 외부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않는다. 대부분 내부 직원들을 키워서 쓴다. 하이디라오의 미국 법인 대표는 하이디라오 매장에서 도어맨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최고경영자(CEO) 양샤오리는 웨이트리스 출신이다. 매니저급 중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체인점을 개설할 기회도 제공한다. 하이디라오의 인사평가 기준 역시 종업원의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매출 기여도가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로 각 매장의 점장들을 평가한다.
장 회장이 이처럼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그의 창업 동기와 관련이 있다. 장 회장은 트랙터 공장에 다니던 19세 때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식당을 찾았지만 당시 그 매장의 직원들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의 생애 첫 외식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때 장 회장은 창업을 결심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실행에 옮겼다. 하이디라오의 성공 스토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소개한 워런 맥파랜 교수는 “하이디라오는 1호점 때부터 서비스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해외 진출 속도 낸다
장 회장의 최근 고민은 해외시장 진출이다. 하이디라오는 로스앤젤레스, 도쿄, 싱가포르, 서울 등지에 5개 해외 매장을 두고 있는데, 올해부터 빠른 속도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80여 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인데, 이 중 최소 10개는 해외에서 문을 연다는 게 장 회장의 목표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흐름은 하이디라오에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회장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각 지역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가령 대기 고객들에게 안마나 손톱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전략이다. 장 회장은 대신 미국에선 매장 분위기를 나이트클럽과 비슷하게 바꾸거나, 1인용 메뉴와 세트 메뉴 등 미국인에게 익숙한 메뉴도 개발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맥도날드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이 미국식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면 하이디라오는 중국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