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돈 찍어 뿌리고 사병월급 100만원 주면 경제 살아날까
경제 문제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실책을 범하기 쉽다. 막연하게 이런 것 같다는 느낌에 의존할 때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오판이 생겨날 가능성은 크다.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경제질문》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갖가지 경제와 관련된 판단과 해결책을 쉽게 정리한 책이다. 통화, 부동산, 증시, 대기업, 외환시장, 금리, 세금, 투자 등 궁금함을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설서라고 보면 된다. 가장 큰 강점은 경제에 관해 특별한 지식을 갖지 않더라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책이란 점이다.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소주제의 제목은 ‘떨어지는 낙엽을 1만원이라고 하면 경기가 좀 살아날까?’다. 시작은 소박하다. “여의도에 비가 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데, 내년 1월1일부터 한국은행이 이 낙엽 한 장을 만원 지폐 한 장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작가가 이런 예화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숙고하지 않으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시작 글이다. 책 내용에 관한 설명들이 이처럼 쉽게 시작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누구든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든다. “화폐량을 함부로 늘리면 안 됩니다. 당연히 떨어지는 나뭇잎을 화폐로 바꿔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 낙엽을 화폐로 바꿔준다고 해서 서둘러 낙엽을 주우러 뛰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낙엽 공급은 넘치고 곧 그 화폐는 낙엽 가격이 될 것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은 이 호주머니에서 저 호주머니로 돈을 옮긴 것처럼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구축효과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소주제는 ‘김병장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려주면 경기가 좋아질까?’다.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실제로 특정 그룹에 돈을 직접 주는 정책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2009년만 하더라도 우리 돈으로 20조원을 사용했다. 한국도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강좌 이용권 지급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병들의 봉급은 올려준다고 하면 누구든지 대환영일 것이다. 따라서 특정 그룹에 수당을 신설하거나 올려주는 정책은 어느 나라건 복지정책의 중요한 수단이다. 사병들에게 100만원을 주려면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5조원이 나와야 한다. 사병들이 돈을 쓸 수 있겠지만 5조원을 세금으로 낸 사람들의 소비는 줄어들고 말 것이다. 이를 두고 구축효과라고 한다.

“돈을 풀려면 잠기지 않고 계속 소비될 수 있는 곳에 풀어야 한다”고 저자는 결론짓고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무슨 재주로 그런 곳을 찾아낼 수 있을까? “소득주도성장은 너무 당연한 이론인데도 기업들이 유독 의심하는 성장이론”과 같은 설명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저자와 관점의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제문제가 총망라돼 있기 때문에 경제 일반에 대한 지식과 견해를 정리할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이 많이 들어간 경제해설서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