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 시작부터 "NAFTA가 미국인 실망시켰다" 으름장
加외무장관 "제로섬게임 아냐…적자로 성패 판단하면 안돼" 일침


미국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위한 재협상에 돌입했으나 회원국 간 첨예한 이해차로 난항이 예상된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23년간 지속된 NAFTA를 손질하기 위한 이번 협상에서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와 무역적자 해결을 앞세워 협상 조건을 무조건 미국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측 협상단은 시작부터 협상 조건이 최근 추세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 개막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AFTA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자 제가 완전히 동의하는 부분인데 (이번 재협상이) 단순히 몇몇 조항을 업데이트하고 일부 규정을 수정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포문을 열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는 NAFTA가 근본적으로 많은 미국인을 실망시켰으며 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NAFTA 개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관철하는 한편 "막대한 무역적자가 지속되지 않도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NAFTA를 "그 어느 곳에서도 체결된 적 없는 최악의 무역협정일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간 NAFTA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NAFTA가 발효된 1993년만 해도 미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17억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곧 적자 전환하며 지난해는 55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가 원하는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NAFTA를 끝내겠다"고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최근의 입장 변화를 반영하듯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NAFTA 탈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협상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와는 큰 견해차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 핵문제 대처 능력과 인종차별 문제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개정에서의 '승리'를 통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돼 양측 간 격돌이 예상된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며 무역적자를 기준삼아 자유무역협정의 성패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드 외무장관은 캐나다의 목표는 "잘 작동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도펜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도 'NAFTA는 모든 참가자에게 큰 성공이었다"며 "이미 잘 됐던 것들을 쪼개놓는" 것으로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하르도 장관은 또 NAFTA 체제 하에서 지역 내 생산·공급망이 구축돼 아시아발 경쟁 위협을 극복하고, 더 급진적이고 재앙적인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있었다며 멕시코는 "(미국이 겪는) 문제의 일부분이 아닌 해결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NAFTA 재협상을 위한 3개국의 첫번째 회동은 20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올해 말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첫 회동에선 의제를 정하고 협상 그룹 수와 합의문 작성 방식 등 전반적인 재협상 틀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며 내달 5일 멕시코시티에서 재협상에 들어간다.

3차 회동은 캐나다에서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