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유영민 장관 "통신 CEO 또 집합"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이 다음달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20%→25%) 시행을 앞두고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또 한 번 만난다. 지난달 각사 CEO와 차례로 1 대 1 회동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자리에 모두 모을 예정이다. 하지만 유 장관이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만남을 요청한 데다 3사 CEO들이 이번주 휴가여서 통신사들이 ‘갑질 논란’마저 제기하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신 3사 CEO들과 다시 만나 (선택약정할인율 조정에 대한) 협조를 구하겠다”며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 실무진은 만남 일정을 조율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18일 회동을 제시했지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3사 CEO들이 이번주까지 휴가여서 만남 시기는 다음주 초가 될 전망이다.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의 일방적인 일정 통보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상대 측 일정은 고려하지 않고 오라 가라식의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갑질 구태의 전형”이라며 “휴가 중인 CEO에게 일단 보고는 했지만 3사 CEO 일정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을 위한 행정처분 고지서(공문) 발송도 유 장관과 3사 CEO 간 만남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장관이 오는 22일 청와대 업무보고 이전에 3사 CEO와 담판을 지으려는 것 같다”며 “회동 명분은 협조 요청이지만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CEO들에겐 장관과의 만남 자체가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