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도영 씨(28)는 “지난달에도 퇴근길에 2호선을 탔다가 신호기 고장으로 운행이 멈춰 10분 넘게 열차 안에 갇혀 있었다”며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잇따르는 사고를 놓고 종합적인 재발 방지 시스템 없이 해당 부품만 교체하는 등 임시방편적인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열차 운행 지연 사고 원인은 다양하다. 지난달 10일 4호선 상계역 인근에서 열차 제동장치 이상으로 운행이 지연됐다. 같은 달 21일에도 1호선 동대문역에선 정전으로 열차가 13분가량 멈췄다. 열차 움직임을 통제하는 신호기 고장도 지연 운행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기계 설비가 고장나면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열차 운행을 멈춘다”며 “통신·전기·궤도시설 등 지하철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 고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사고 원인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교통공사는 17일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집계된 신호기 고장 사고는 단 네 건이라고 밝혔다. 2014년 두 건, 지난해 한 건, 올해 한 건으로 4년 동안 연평균 한 건씩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집계한 올해 신호기 고장 사고는 지난 4월28일 신도림역에서 발생한 한 건이 전부다. 하지만 지난 6월(2호선 강남역)과 2월(2호선 신도림역)에도 신호기 고장이 발생해 열차가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신호기 고장 때문에 열차가 지연됐다’고 발표하더라도 통계는 사고 원인에 따라 따로 분류한다”며 “신호기 고장 통계가 네 건이라는 건 신호기 자체 고장만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종합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설 노후화도 잦은 사고의 원인이다. 1~4호선을 운행하는 전동차 1954량 중 20년 넘게 운행한 차량은 1184량으로 60.6%에 달한다. 기대 수명(사용내구연한) 25년을 초과한 차량도 268량(13.7%)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