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곳곳에서 혼선과 갈등을 낳고 있다. 업종별로 특수 상황이 있는 데다 이익집단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여기저기서 암초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심의위원회에서 빠지기로 했다. 기간제 교사가 배제됐다는 등의 이유를 댔지만 정규직 전환에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곤란한 입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찬성하면 조합원들이 반발할 것이고, 반대하면 ‘비정규직 권리 강화’라는 민주노총 방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6월 ‘비정규직 철폐’를 내건 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민노총과 손잡고 “당선 빚을 갚으라”며 정부를 압박했지만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스텝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연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이런저런 잡음이 흘러나온다. 공사는 1터미널과 연내 문을 열 2터미널에서 모두 업무를 담당키로 한 23개 협력사에 대해 2터미널 업무 계약 해지를 추진 중이다. 협력사 상당수는 계약 기간이 최장 3년 더 남아 있지만 ‘연내’ 전환 약속 때문에 공사 측이 무리하게 계약 해지를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협력사들은 잔여 계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법적 분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정규직 전환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이런 혼란을 예상해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했다.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등 10곳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전략기관으로 지정, 모델로 삼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혼선을 줄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도로공사만 해도 외주화한 톨게이트 직원 7000여 명이 직(直)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무인화 방침에 정면 배치된다.

비정규직이 생긴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은 도외시한 채, 이분법적 사고로 밀어붙이니 복잡다단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비정규직 전환이 사회 갈등만 더 키우지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