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확 늘린다는데… " 취업준비생 14년 만에 최대
“요즘 노량진에는 저 같은 새내기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족)’이 많습니다. 식권을 이용하는 ‘고시식당’도 전보다 훨씬 붐비고요.”

대학교 3학년생 정모씨(24)는 이번 여름방학부터 공시족 대열에 합류했다. 군대 제대 후 복학 대신 ‘노량진 입학’을 택했다. 정씨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데 2년 정도 준비해 공무원이 되는 게 목표”라며 “공무원 숫자도 늘어난다고 하니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낮 12시께 서울 노량진 ‘컵밥 거리’에는 정씨처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줄지어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인근 공무원시험 준비학원에선 수십 명의 수강생이 점심을 먹기 위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노량진 고시촌을 찾는 공시생이 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올해 공무원 일자리 1만2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시험 준비학원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공무원 증원 얘기가 나오면서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공무원이 증원되면 시험 경쟁률이 얼마나 낮아지겠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취준생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 정원이 늘어난다던데 지금부터 준비하면 가능성이 있을까요” 등의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 증원 소식에 취업준비생은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은 72만8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1만명(17.7%) 늘어난 수치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취업준비생은 직접적인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취업을 위해 학원 등에서 강의를 듣거나 홀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시족이 급증하면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시생 급증에 따른 기회비용이 연간 17조1429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16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1% 규모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