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7명 필요하다던 용산소방서… 새 기준 적용 땐 증원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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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증원 '주먹구구 계산'
정부, 새 방안 마련하고도 낡은 기준으로 인력 산정
인구·면적만 단순 적용하는 과거 잣대 이미 '부적합 판정'
"10월까지 효율적 배치안 내라" 정부, 뒤늦게 소방청에 지시
정부, 새 방안 마련하고도 낡은 기준으로 인력 산정
인구·면적만 단순 적용하는 과거 잣대 이미 '부적합 판정'
"10월까지 효율적 배치안 내라" 정부, 뒤늦게 소방청에 지시
“거주 인구와 관할 면적만을 토대로 소방인력을 배치하는 기존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유동 인구와 위험 시설물의 분포, 대형사고 발생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방공무원 증원 계획에 대해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 명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 1500명을 시작으로 매년 3500~3700여 명의 소방공무원 채용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기존의 소방인력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무작정 증원보다는 효율적인 인력 배치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배치기준 문제 있다” 보고서 받고도…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정부는 소방기본법 내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토대로 소방공무원 충원 계획을 세웠다. 1976년 제정된 이 규칙에 근거하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법정 소방인력은 5만1714명이다. 소방관 현원(3만2460명)을 감안하면 1만9254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방 특별조사요원, 소방안전교육 담당 공무원 등 추가 수요를 반영하면 2만 명이 충원돼야 한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기존의 소방인력 산정 기준은 ‘거주 인구’와 ‘관할 면적’을 토대로 한다. 우선 인구와 면적에 따라 필요한 소방기관의 규모를 정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인구 5만 명 이상 또는 면적 2㎢당 119안전센터 한 곳을 두도록 돼 있다. 119안전센터에는 소방펌프차 2대를 기본적으로 배치한다. 필요한 인력은 배치된 장비와 차량에 따라 정해지는데, 소방펌프차는 대당 12명(3교대)이 책정된다.
40여 년간 유지된 규칙이지만 인구와 면적만으로는 화재 진압과 구조, 구급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화재 진압 등 효과적인 사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컸다. 옛 국민안전처도 이 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5월 새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낸 뒤 11월 ‘신(新)소방력 산정기준 개발 연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그럼에도 안전처는 새 인력 배치 기준이 아니라 ‘낡은 소방법 기준’을 새 정부의 소방인력 증원 공약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선 소방청
신소방력 보고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구와 면적뿐 아니라 소방 대상물과 위험 시설물 수를 반영해 각 지역의 위험지수를 계산했다.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화재 진압, 구급, 구조 출동으로 분류하고 소방인력이 사고 지점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계산했다. 아울러 사고 종류에 따라 출동 인력 규모도 새로 산정했다.
보고서는 전수조사를 거치지 않아 적정 총소방인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일선 소방서를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용산소방서에 새 인력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구조대는 현재 인원과 같은 21명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방관 충원 근거로 삼은 기존 배치 기준(28명)보다 7명이 덜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압대도 기존 기준(128명)보다 6명 적은 122명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 대도시의 소방인력은 현재 기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일부 서울 소방관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뒤늦게 인력 배치 방안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가 10월 말까지 효율적인 인력 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향후 증원되는 소방관의 배치는 새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당초 올해 말 새 기준으로 증원 계획을 수립하려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 인력 기준에 맞춰 수요를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방공무원 증원 계획에 대해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 명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 1500명을 시작으로 매년 3500~3700여 명의 소방공무원 채용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기존의 소방인력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무작정 증원보다는 효율적인 인력 배치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배치기준 문제 있다” 보고서 받고도…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정부는 소방기본법 내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토대로 소방공무원 충원 계획을 세웠다. 1976년 제정된 이 규칙에 근거하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법정 소방인력은 5만1714명이다. 소방관 현원(3만2460명)을 감안하면 1만9254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방 특별조사요원, 소방안전교육 담당 공무원 등 추가 수요를 반영하면 2만 명이 충원돼야 한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기존의 소방인력 산정 기준은 ‘거주 인구’와 ‘관할 면적’을 토대로 한다. 우선 인구와 면적에 따라 필요한 소방기관의 규모를 정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인구 5만 명 이상 또는 면적 2㎢당 119안전센터 한 곳을 두도록 돼 있다. 119안전센터에는 소방펌프차 2대를 기본적으로 배치한다. 필요한 인력은 배치된 장비와 차량에 따라 정해지는데, 소방펌프차는 대당 12명(3교대)이 책정된다.
40여 년간 유지된 규칙이지만 인구와 면적만으로는 화재 진압과 구조, 구급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화재 진압 등 효과적인 사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컸다. 옛 국민안전처도 이 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5월 새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낸 뒤 11월 ‘신(新)소방력 산정기준 개발 연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그럼에도 안전처는 새 인력 배치 기준이 아니라 ‘낡은 소방법 기준’을 새 정부의 소방인력 증원 공약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선 소방청
신소방력 보고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구와 면적뿐 아니라 소방 대상물과 위험 시설물 수를 반영해 각 지역의 위험지수를 계산했다.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화재 진압, 구급, 구조 출동으로 분류하고 소방인력이 사고 지점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계산했다. 아울러 사고 종류에 따라 출동 인력 규모도 새로 산정했다.
보고서는 전수조사를 거치지 않아 적정 총소방인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일선 소방서를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용산소방서에 새 인력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구조대는 현재 인원과 같은 21명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방관 충원 근거로 삼은 기존 배치 기준(28명)보다 7명이 덜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압대도 기존 기준(128명)보다 6명 적은 122명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 대도시의 소방인력은 현재 기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일부 서울 소방관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뒤늦게 인력 배치 방안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가 10월 말까지 효율적인 인력 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향후 증원되는 소방관의 배치는 새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당초 올해 말 새 기준으로 증원 계획을 수립하려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 인력 기준에 맞춰 수요를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