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먹고, 마시고,사랑하라,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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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보석 체코 프라하
맥주 덕후들의 천국…콜레뇨·수제버거와 원샷
맥주 덕후들의 천국…콜레뇨·수제버거와 원샷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며 현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러나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실망할 때가 적지 않다. 도떼기시장 같은 왁자지껄함에 놀라고 그곳을 채운 (생각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 때문에 두 번 놀란다. 체코 프라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프라하성이나 카를교는 더욱 그렇다. 물론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고 혼잡할 뿐 풍경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중심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남들이 모르는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이나 레트나 공원 등은 프라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꼭 한 번 찾아갈 만한 곳들이다.
프라하를 ‘한눈에’ 스트라호프 수도원
‘프라하성을 가장 먼저 볼 거야’라고 다짐한 사람이 아니라면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먼저 가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프라하성에서 트램으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하성으로 내려가는 길 전체가 ‘포토 스폿’이라는 점이다. 왼쪽으로는 파스텔톤의 예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이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프라하 구시가지의 빨간 지붕 집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느 곳을 배경에 두고 사진을 찍더라도 ‘인생샷’을 건질 확률이 높다. 수도원 특성상 혼잡함과도 거리가 멀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가야 할 두 번째 이유는 400년 된 맥주 양조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체코는 워낙 맥주로 유명한 나라고 프라하에도 소문난 양조장이 많지만 이곳의 맥주는 특별하다. 과거 맥주를 양조할 수 있던 곳은 오직 수도원뿐이었기 때문이다. 체코 맥주의 ‘본산’인 셈이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안에 여운처럼 맴도는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다른 프라하 맥줏집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이다. ‘인생 맥주’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사진 찍고 맥주만 마셔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지적인 풍요로움을 더하고 싶다면 문학 박물관을 추천한다. 총 14만 권에 달하는 고서(古書)가 있고, 종류에 따라 ‘철학의 방’ ‘신학의 방’으로 나뉜다. 도서관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중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입장료는 80코루나(약 4000원).
정육점에서 만든 수제버거 ‘나세마소’ 체코에서 꼭 맛봐야 하는 전통 음식은 ‘콜레뇨’일 것이다. 돼지 무릎 부위를 맥주와 허브로 재운 뒤 구워낸 음식이다. 한국의 족발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바삭한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매번 먹기엔 그 양과 느끼함이 부담스럽다. 체코 현지인이 즐겨 찾는 정육점 겸 수제버거 가게 ‘나세마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방문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며 한국인에게도 ‘프라하 핫플레이스’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꼭 주문해야 할 대표 메뉴는 수제버거다. 구성은 단출하다. 갓 구운 번과 양파, 치즈, 피클 그리고 패티가 전부다. ‘한국의 수제버거와 다를 바 없잖아’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곳이 정육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패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육즙 파티’가 열린다. 이 ‘문제적 패티’의 식감은 또 어떠한가. 한국에서 경험하기 힘든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있다. 드라이에이징한 덕분이다. 크기도 상당하다. 패티 크기가 180g에 달해 하나를 시키면 성인 여자 두 명이 먹고 충분히 배부를 만한 양이다. 가격은 치즈 포함해 219코루나(약 1만1000원).
수제버거 외에도 착한 가격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와 체코 맥주가 있다. 2만원 내외면 200g이 넘는 수준급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고, 맥주는 탭에서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다. 프라하 구시가지에 있고 일요일은 휴무다. 포장도 가능하다.
여행의 쉼표가 돼주는 레트나 공원
프라하에는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만큼 관광객도 많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반나절 정도 한가롭게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레트나 공원은 지친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프라하성이나 스트라호프 수도원과도 가깝다. 레트나 공원에선 프라하 시민의 한가로운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커다란 개와 함께 달리는 조깅족, 아이와 함께 산책 나온 엄마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벤치에 걸터앉아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체코에 와 있다’는 느낌이 유명 관광지에 갔을 때보다 더 짙게 와 닿는다. 프라하 시민의 모습이 이국적으로 느껴진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쳐온 여행지를 되돌아보고 남은 일정을 짤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동행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도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새벽에 일출을 노려볼 만하다.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에 좋다. 야경 포인트이기도 하다. 블트바강과 구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정적인 프라하’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들러보시라.
여행 정보
소매치기 안전지대는 유럽에 없고 프라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카를교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백팩은 앞으로 메고, 핸드백도 크로스 형태로 멘 뒤 손으로 잡고 다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환전 사기도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로로 먼저 바꾼 다음 체코에서 현지 통화인 코루나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환전소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자리잡고 있다. 구시가지 쪽 환전소는 다소 위험하다. 특히 ‘커미션(COMMISSION) 0%’라는 간판에 속지 말아야 한다.
체코인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돈을 건네주기 전에 얼마를 돌려받는지 확인해야 한다.
프라하=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
프라하를 ‘한눈에’ 스트라호프 수도원
‘프라하성을 가장 먼저 볼 거야’라고 다짐한 사람이 아니라면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먼저 가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프라하성에서 트램으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하성으로 내려가는 길 전체가 ‘포토 스폿’이라는 점이다. 왼쪽으로는 파스텔톤의 예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이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프라하 구시가지의 빨간 지붕 집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느 곳을 배경에 두고 사진을 찍더라도 ‘인생샷’을 건질 확률이 높다. 수도원 특성상 혼잡함과도 거리가 멀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가야 할 두 번째 이유는 400년 된 맥주 양조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체코는 워낙 맥주로 유명한 나라고 프라하에도 소문난 양조장이 많지만 이곳의 맥주는 특별하다. 과거 맥주를 양조할 수 있던 곳은 오직 수도원뿐이었기 때문이다. 체코 맥주의 ‘본산’인 셈이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안에 여운처럼 맴도는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다른 프라하 맥줏집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이다. ‘인생 맥주’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사진 찍고 맥주만 마셔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지적인 풍요로움을 더하고 싶다면 문학 박물관을 추천한다. 총 14만 권에 달하는 고서(古書)가 있고, 종류에 따라 ‘철학의 방’ ‘신학의 방’으로 나뉜다. 도서관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중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입장료는 80코루나(약 4000원).
정육점에서 만든 수제버거 ‘나세마소’ 체코에서 꼭 맛봐야 하는 전통 음식은 ‘콜레뇨’일 것이다. 돼지 무릎 부위를 맥주와 허브로 재운 뒤 구워낸 음식이다. 한국의 족발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바삭한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매번 먹기엔 그 양과 느끼함이 부담스럽다. 체코 현지인이 즐겨 찾는 정육점 겸 수제버거 가게 ‘나세마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방문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며 한국인에게도 ‘프라하 핫플레이스’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꼭 주문해야 할 대표 메뉴는 수제버거다. 구성은 단출하다. 갓 구운 번과 양파, 치즈, 피클 그리고 패티가 전부다. ‘한국의 수제버거와 다를 바 없잖아’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곳이 정육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패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육즙 파티’가 열린다. 이 ‘문제적 패티’의 식감은 또 어떠한가. 한국에서 경험하기 힘든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있다. 드라이에이징한 덕분이다. 크기도 상당하다. 패티 크기가 180g에 달해 하나를 시키면 성인 여자 두 명이 먹고 충분히 배부를 만한 양이다. 가격은 치즈 포함해 219코루나(약 1만1000원).
수제버거 외에도 착한 가격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와 체코 맥주가 있다. 2만원 내외면 200g이 넘는 수준급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고, 맥주는 탭에서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다. 프라하 구시가지에 있고 일요일은 휴무다. 포장도 가능하다.
여행의 쉼표가 돼주는 레트나 공원
프라하에는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만큼 관광객도 많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반나절 정도 한가롭게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레트나 공원은 지친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프라하성이나 스트라호프 수도원과도 가깝다. 레트나 공원에선 프라하 시민의 한가로운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커다란 개와 함께 달리는 조깅족, 아이와 함께 산책 나온 엄마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벤치에 걸터앉아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체코에 와 있다’는 느낌이 유명 관광지에 갔을 때보다 더 짙게 와 닿는다. 프라하 시민의 모습이 이국적으로 느껴진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쳐온 여행지를 되돌아보고 남은 일정을 짤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동행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도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새벽에 일출을 노려볼 만하다.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에 좋다. 야경 포인트이기도 하다. 블트바강과 구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정적인 프라하’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들러보시라.
여행 정보
소매치기 안전지대는 유럽에 없고 프라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카를교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백팩은 앞으로 메고, 핸드백도 크로스 형태로 멘 뒤 손으로 잡고 다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환전 사기도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로로 먼저 바꾼 다음 체코에서 현지 통화인 코루나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환전소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자리잡고 있다. 구시가지 쪽 환전소는 다소 위험하다. 특히 ‘커미션(COMMISSION) 0%’라는 간판에 속지 말아야 한다.
체코인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돈을 건네주기 전에 얼마를 돌려받는지 확인해야 한다.
프라하=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