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초우량 기업이 되는 길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창업주 제프 베저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최고 거부의 반열에 올라섰다. IT 혁명을 주도하는 초우량 기업의 성장 동인은 무엇인가.

첫째,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에 바탕을 둔 경쟁력이다. 물류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의 74%, 인터넷 판매의 43%를 차지하며 유통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유통 거인 월마트와 슈퍼마켓 전쟁을 시작했다. 구글의 미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49.7%로, 2위 야후의 26.8%를 압도한다. 사용자의 월평균 검색 횟수가 31회에 달한다. 83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광고시장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검색 광고와 노출 광고로 60%를 지배한다.

둘째, 끊임없는 혁신이 성장의 키워드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혁신이야말로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짓는 잣대”라고 역설한 바 있다. 2007년 6월 출시된 아이폰은 휴대전화의 통념을 바꿔 놓았고 애플 고속성장의 추동력이 됐다.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83.4%를 독식했다.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1997년 시작된 넷플릭스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료회원이 1억 명을 돌파했다. 올해 콘텐츠 제작에 6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열광시킨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양질의 콘텐츠로 방송·영화산업 지형을 확 바꿨다.

셋째,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성장 동력을 키우고 경쟁 기업을 압도했다. 유망 기업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하고 캐시카우(안정적 수익기반)를 창출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키우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구글은 2005년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갤럭시폰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해 8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6년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유튜브를 기업 가치 700억달러 알짜 기업으로 키웠다. 페이스북도 사진 및 동영상 플랫폼 인스타그램과 인스턴트 메신저 왓츠앱 인수로 경쟁력을 높였다.

넷째, 창업주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잡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튠즈 등 상상력 넘치는 심미적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했다. 베저스는 아마존을 창업 열기로 가득 찬 혁신 기업으로 변화시켰다.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물류창고, 드론(무인 항공기), 배송트럭 같은 인프라 구축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양질의 콘텐츠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작년 120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클라우드 서비스야말로 오너 경영인의 뚝심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다섯째, 인재 제일주의야말로 성공 DNA다. “애플의 창의적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라는 잡스의 철학을 실천한 것은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다. 심플하고 클래식한 감성적 디자인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타임지는 ‘산업디자인에 낭만과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다. 인도 태생으로 인터넷 검색기능 ‘크롬’이 그의 작품이다. 일찍이 차세대 ‘차르’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MS의 사티야 나델리는 화합형 리더로 애물덩어리 노키아를 과감히 정리하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중심의 신(新)MS를 창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탄탄한 경영구조를 들 수 있다. MS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를 거쳐 나델리 체제로 순조롭게 승계됐다.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은 공교육 개혁, 소아마비 퇴치 등 인류 공영을 위한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애플의 팀 쿡은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초우량 기업의 행태는 2, 3세 후계 경영에 집착하는 한국 대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기업은 경영자의 비전만큼 크는 법이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