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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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퍼(구리박사)'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구리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글로벌 경기 개선세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구리는 경기에 민감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2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선물가격은 지난 17일 심리적 저항선인 t당 6500달러를 돌파하며 2014년 11월 이후 3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모멘텀 기대와 달러 약세, 중국 상품선물시장의 투기적 자금 유입 등이 구리 가격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현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리를 비롯한 산업금속 가격은 원유, 금과는 달리 정치적인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지정학적 이슈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는 산업금속 가격은 아직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미·중 간 갈등 확대,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선진국 증시가 최근 1개월 간 -1.7% 하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면서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민감한 산업용 금속 강세는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금속 가격의 단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산업금속 수요를 견인하는 중국의 인프라투자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제19기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낙관론을 펼치며 글로벌 재고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수급상 공급부족 전망 등도 산업금속 전반의 가격 호조를 연장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 과매수 부담에 따른 산업금속의 불가피한 가격 조정은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로 인식될 것"이라며 "산업금속 전반의 강세 모멘텀이 최소 10월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장 연구원은 "최근에는 단가 상승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경기 회복이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산업금속과 경기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산업금속 추가 상승 전망에 비춰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을 통한 장기투자는 롤오버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글로벌 광산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또는 관련 기업 직접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권했다.

글로벌 경기 흐름이 양호하다는 점에 비춰 조정 시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숨고르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높지만 주요 산업용 금속 가격의 강세에 비춰 주식 비중 확대와 조정 시 분할 매수 시각을 유지한다"고 조언했다.
자료=미래에셋대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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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