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덤챔피언십최혜진(18·학산여고)과 헨릭 스텐손(41·스웨덴). 한 사람은 지난 2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보그너MBN여자오픈을 제패해 국내 여자프로골프 대회에서 18년 만에 한 시즌 2승을 올린 아마추어로 기록된 ‘슈퍼 루키’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 ‘받을 뻔’한 상금이 줄잡아 10억원이다.

같은 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챔피언십을 제패하며 골프 강국 스웨덴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 ‘바이킹 골프’의 대표주자가 스텐손이다. ‘힘의 골프’를 앞세워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등 그동안 PGA에서 쓸어 담은 승수가 벌써 6승이다.

12시간여 차이로 각자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쥔 챔피언이란 점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겐 닮은꼴이 하나 있다. 효과적인 체중 이동 통제다.

빠른 골반 회전으로 스피드 업

최혜진은 교과서에 실린 스윙의 정석을 그대로 압축한 듯한 ‘퍼펙트 스윙’을 구사한다. 김효주(22·롯데), 박희영(31·KEB하나은행), 전인지(23) 등 선배 국가대표 출신 스타들과 스윙이 비슷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백스윙 단계에서 오른쪽으로 체중이 이동하는 동작이 더 크다는 게 다르다. 제자리 스윙에 가까운 여타 선수와 달리 하체는 3㎝ 안팎, 머리와 상체는 5㎝가량 오른쪽으로 확실히 이동한다. ‘스웨이(sway)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테이크어웨이 동작 이후 본격적인 상체 회전이 시작될 시점을 보면 스웨이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때부터 무릎은 오른쪽으로 더 이상 밀리지 않는다는 게 절대 원칙이다.

최혜진표 스윙의 고갱이는 여기서부터다. 무릎이 지면을 꽉 찍어누르는 듯 고정된 순간 골반이 타깃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체중이 원심력의 도움을 받아 순식간에 왼쪽으로 전환되고, 98마일(약 157㎞/h)에 달하는 헤드 스피드가 나오는 원천이다.

조도현 프로는 “워낙 골반 회전이 빨라 상체가 클럽을 타깃 방향으로 뿌려줄 때까지 1차 회전, 이후 폴로스루, 피니시 단계까지 2차 회전으로 나눠서 회전해야 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테이크어웨이 이후엔 무릎을 확실히 잡아놔야 한다는 점과 골반을 확실히 회전하는 부분을 눈여겨보면 좋다는 설명이다.

‘사전 체중 이동’으로 효율+정확도 업

스텐손은 엄청난 양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 스윙을 구사한다. 그러면서도 몸이나 클럽의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간결한 스윙을 쉽게 만들어 낸다.

스텐손은 체중 이동의 절반을 백스윙 전에 미리 해두는 게 특징이다. 어드레스에서 테이크어웨이 동작으로 넘어가기 전 오른발에 체중을 옮기는(멈칫하는 듯한) 독특한 루틴을 통해서다. 자연스럽게 테이크어웨이에서 미들 백스윙을 거쳐 백스윙 톱으로 가는 구간에선 이미 타깃 방향(왼쪽)으로 체중 이동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체중 이동을 했다가 다시 왼쪽으로 체중을 가져와야 하는 일반적인 체중 이동의 절반만 소화하면 되는 만큼 정확도가 높아지지만, 해야 할 체중 이동은 다 해주기 때문에 비거리 손해도 보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다. 나상현 프로는 “스텐손처럼 아예 오른쪽 발에 체중을 실어 놓고 백스윙해보면 상체 회전과 타깃 방향으로의 체중 이동도 훨씬 쉽게 느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