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FROM 100] "FTA 당사자는 기업…정부, 민간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첫 협상 때도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 재협상에도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 있습니다. 민간도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와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여론을 보면 ‘FTA 포비아(공포증)’가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FTA’라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여론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 전 총장은 최근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한·미 FTA 폐기에 대해 ‘성급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요즘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민간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는 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정권 초기부터 경영계의 발언에 대해 공개 경고를 하면서 무슨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FTA와 관련해선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과의 양자 문제는 물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세계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호무역이 확산돼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다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높은 수준의 FTA로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보호무역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서비스 및 정보기술(IT)산업에선 자유무역을 원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입장을 잘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