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 시행할 정책 1순위로 경력단절여성 문제를 꼽았다. 정 장관은 특히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도 중요하지만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 시행할 정책 1순위로 경력단절여성 문제를 꼽았다. 정 장관은 특히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도 중요하지만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책 1순위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실질적인 정책이 가동되진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시간제 일자리로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이들의 재취업은 물론 경단녀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한경 인터뷰] 정현백 "경단녀 해법 마련에 정책 1순위…경찰대 여학생 입학제한 없앨 것"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결혼과 출산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경단녀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제발전도, 나아가 한국 사회의 미래도 어둡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혼 여성(25~54세)은 두 명 중 한 명꼴(48.6%)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정 장관은 여성 인권, 일본군 위안부, 노동 정의 문제에 천착해온 시민운동가이자 역사학자로 공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 정책자문위원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 위원과 경찰청 경찰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10년부터 6년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에 적을 두고 있다.

정 장관은 특히 고학력 경단녀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 새로 일하기센터(새일센터)’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새일센터는 경단녀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여가부가 2009년부터 운영 중인 대표적인 사업이다. 여가부는 현재 150곳인 새일센터를 내년까지 170곳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새일센터를 통한 취업자는 지난해 15만3294명으로 2012년(12만2610명)에 비해 크게 늘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같은 기간 55%에서 58%로 높아졌다. 정 장관은 “앞으로는 고학력 여성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IT(정보기술), 디자인, 빅데이터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직업훈련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모든 공공기관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에 남녀 임금 차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7%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7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얘기”라며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단녀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계획도 밝혔다. 지금은 중소기업에 1년 이상 근무한 여성 근로자가 임신·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퇴직한 뒤 3~10년 이내에 직장으로 돌아오면 2년간 인건비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그는 “내년부터는 경단녀 재고용 세액공제 적용 대상이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공제율도 중소기업은 30%로, 중견기업은 1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될 정책의 추진 구상도 밝혔다. 현재 12%로 제한하고 있는 경찰대 여학생 선발 비중을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경찰대 입학생 중 여성 합격자 비중을 12%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경찰대는 매년 100명을 선발하는데 이 가운데 여학생 정원은 12명이다. 정 장관은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를 거쳐 9월께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청이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경찰대 여학생 비중을 제한하는 것은 여경을 하위직에 편중되게 한다’는 취지로 경찰대 여성 비율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경찰청은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무 특성과 신체능력 차이로 여경 배치 범위가 넓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정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가부 무용론’을 알고 있다며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여가부가 ‘담론 창안자’로서의 역할에서는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경단녀 문제, 여성 혐오, 성평등 문제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기업, 정부, 언론 등에 몸담고 있는 고위직 남성들에게 ‘쓴소리’도 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2.4%,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5.6%에 불과해 여전히 남성 중심적 사회”라며 “가정폭력이나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의 태도나 언론 보도를 보면 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