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이천포럼’에서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오른쪽) 등 SK 경영진과 함께 첫날 강연을 듣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이천포럼’에서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오른쪽) 등 SK 경영진과 함께 첫날 강연을 듣고 있다. SK 제공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존경받고 사랑받는 SK가 됩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의 이해’를 주제로 열린 ‘제1회 이천포럼’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에 심화하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제품과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지 않고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운 시대”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통찰력을 키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격변의 시기…비즈니스 관점 넓혀라"
이천포럼은 SK그룹 임원과 세계적 석학들이 최신 기술과 사회국제 동향에 대해 토론하며 비즈니스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다. 최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각 위원회 위원장,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 최고위 경영진과 임원 등 200여 명이 총출동했다.

이번 포럼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SK를 지속 성장시키고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경영진이 비즈니스 관점을 크게 넓혀야 한다”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기획됐다. 행사명에 ‘SK’를 붙이지 않은 것은 ‘시작은 SK의 행사지만 앞으로는 우리 사회와 함께하는 포럼으로 키워야 한다’는 최 회장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포럼은 오는 24일까지 나흘간 워커힐호텔(21일)과 경기 이천 SKMS연구소(22~24일)에서 열린다. 과학기술 혁신, 사회 혁신, 지정학적 위기 등 3개 분야, 14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미국 백악관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로 선정한 박지웅 시카고대 교수(화학)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업이든 대학이든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것을 연구할지 포커스가 정해지면 그것에 맞춰 보유한 지식과 인력을 총동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화학과 교수도 “협업으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SK에 필요하다”며 “천재 한 사람이 굵직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신경경제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대열 예일대 교수(신경과학)와 뇌과학 분야의 스타 학자인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생명공학)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강조해온 최 회장은 이날도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 세션에 패널로 참여해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함께 기업이 사회와 공생하며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에 대해 2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는 토론에서 “미래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원천이라고 확신한다”며 “SK그룹은 경영철학(SKMS)과 경영평가 항목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하고 ‘공유 인프라’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좀 더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앞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변화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학계와의 소통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어느 정도까지 높여야 하는지 SK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다”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과 관련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도시바 인수전은 기다림의 싸움”이라며 “길게 보면서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