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모,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
법률공단 "조금이나마 위로 되길…범인 재산 파악 나설 것"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범인 김모(35)씨를 상대로 5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명재권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살해된 A(당시 23·여)씨의 부모가 김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부모는 지난 5월 "딸이 기대여명보다 60년 이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갑작스러운 딸의 살해소식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며 "딸이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 3억7천여만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김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는 등 변론이 이뤄지지 않아 무변론 선고로 끝이 났다.

무변론 선고는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 금액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어서 김씨가 항소하지 않으면 A씨 부모는 김씨에게 청구한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소송 진행 과정에서 실제 배상액은 A씨 부모가 이미 받은 범죄피해구조금 7천여만원을 제외한 5억원으로 정해졌다.

A씨 부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이번 판결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고통받는 피해자 부모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단은 또 A씨 부모가 김씨에게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김씨의 재산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재산명시나 조회를 통해 김씨의 재산을 파악한 뒤 예금이나 채권은 추심, 동산은 압류, 부동산은 강제 경매 등을 통해 확보해 A씨 부모가 실질적인 배상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1999년 처음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조현병(옛 정신분열증)의 일종인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이후 약을 먹지 않아 평소에도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고, 범행 당시에도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경찰 수사와 법정에서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여성혐오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조현병 증상에 의한 범행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성남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