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가 ‘막장 드라마’로 흘러가는 미국 정치 상황을 우려해 방어적인 투자로 전환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시장적인 정책 의제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지만 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1500억달러(약 170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의 달리오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링크트인 계정에 “미국의 대내외적인 갈등이 커지면서 정책 수립과 법안 통과 같은 정부 효율성이 저하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달리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화해보다는 아마 죽기 살기로 싸울 가능성이 더 큰 지점까지 갈등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릿지워터는 이런 갈등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달리오 회장은 2007년 세계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감면하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줄곧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8일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점(2490.87)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과대평가 됐다는 시각과 함께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벼랑끝 전술과 샬러츠빌 폭력시위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자에 대한 옹호발언, 그에 따른 대통령 경제자문단의 해체와 백악관의 분열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S&P500지수는 2428.37에 마감하며 2주 만에 2.12% 하락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