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스동서가 1975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고 있다. 본업인 건설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새로 인수한 자회사들이 성장해 이익을 늘린 덕분이다. 현금흐름 개선으로 재무구조도 한층 탄탄해지면서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아이에스동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8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1.3%(1323억원) 증가했다. 2013년 말 566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규모가 그 이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불었다.
사상 최대 현금 쌓은 아이에스동서… 신용등급 상승 '청신호'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9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17.8% 증가했다. 건설사업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게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 건설사업 매출은 6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영업이익은 1349억원으로 33.5% 증가했다. 건설사업은 2013년부터 4년 넘게 외형과 이익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건축자재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최근 힘을 싣고 있는 신사업의 성장도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한국렌탈(주요 사업은 계측기기·사무용기기 대여)과 삼홍테크(비데)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6년여간 영풍파일(콘크리트파일) 중앙레미콘(레미콘) 등 건설 관련 업체를 사들였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주요 사업의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익도 증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잉여현금이 쌓이고 있다”며 “충분한 현금이 확보되면 지금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업체를 인수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13년 5.7배에 달했던 아이에스동서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개별 기준)은 올 상반기 2.6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벌어들이는 현금이 늘어난 가운데 작년 5월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대거 주식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주식전환 청구를 할 수 있게 된 작년 6월17일부터 지금까지 2000억원의 CB 중 1089억원어치가 주식으로 바뀌었다. CB 발행 후 한동안 주가가 전환가액인 4만2200원을 웃돌자 투자자들이 잇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차익실현에 나섰다.

현재 ‘BBB’인 이 회사의 신용도는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이에스동서가 당분간 지금 수준의 수익성과 시장지위를 유지하면서 개별 기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을 세 배 미만으로 묶으면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지표가 지난해부터 등급상향 기준을 충족하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부터 이 회사 신용등급에 ‘긍정적’ 전망을 붙였다.

김미희 한기평 연구원은 “상반기에 주택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아이에스동서가 큰 폭의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 및 재무구조까지 개선한 것을 반영했다”며 “앞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자금을 쓰지 않는지, 주택경기가 가라앉는 국면에서도 지금 수준의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