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부처 업무보고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합동 행사로 시작됐다. 22개 부처를 유관기관끼리 묶어 7차례 ‘핵심정책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31일까지 계속되는 업무보고는 앞서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보고 주제’는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 조성방안’이었다. 논쟁이 만만찮은 사안을 먼저 테이블에 올렸다는 점에도 눈길이 가지만, 유관부처 간 토론으로 진행한 업무보고 형식이 오히려 더 주목된다.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책 두 가지만 택해 보고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일일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뒤 ‘청와대 신임’을 내세워 기관 입장을 밀어붙이는 게 우리 공직의 오랜 습성이었다. 문제는 그런 관행이 ‘부처 이기주의’의 출발점이 되고, ‘책임 장관’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며, 때로는 만기친람형의 ‘과장급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부처 스스로 판단력과 책임의식을 더 키우는 것은 행정 선진화에 필수다.

보고는 10분으로 끝내도록 하고 토론시간을 길게 잡은 것도 의미있다. “이를 통해 부처 간 상호이해와 협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대로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부처 간 칸막이’ 문화야말로 대표적인 행정적폐다.

부처끼리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하는 얘기가 또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같은 부처에서도 국(局) 간 의견이 달라 민원인들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경제단체나 각종 협회의 문제 제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근래 수십 개로 줄었다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공장 건설에 필요한 관청 도장이 수백 개’라는 규제 보고서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조세, 법령관리 등을 비롯해 행정의 많은 부분이 전산화됐고 정부 내부에서 공유도 된다. 통신·교통의 발달로 정부 내 업무소통 여건도 좋아졌다. 굳이 ‘내 업무, 내 권한’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부처 간,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만이 아니다. 행정 민원이 접수되는 순간 정부 쪽 사항은 공무원끼리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로 가는 게 맞다. 칸막이 행정 문화가 해소된다면 새 정부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