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해외로 나간 기업이 유턴할 정도로 규제 혁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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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듣는다
'일자리 고속도로' 만드는 중…곧 효과 나와
불평등 없애려 소득주도 성장에 무게 두지만
'구조개혁+기술혁신' 쌍끌이 전략 병행해야
'일자리 고속도로' 만드는 중…곧 효과 나와
불평등 없애려 소득주도 성장에 무게 두지만
'구조개혁+기술혁신' 쌍끌이 전략 병행해야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쌍끌이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일자리 확대와 소득 주도 성장으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공급 측면에서 구조 개혁과 기술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위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일자리위 사무실에서 이 부위원장을 만났다.
▷일자리위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개별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다. 국정운영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도로에 비유하면 일자리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고속도로가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국민도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고속도로’는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가 만들어졌고 청와대에 처음으로 일자리 수석이 생겼다. 17개 광역시·도와 각 부처에 일자리 전담부서를 만들기로 했고 세제, 금융, 공공조달 등 정부 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평가 때 일자리 창출을 핵심 지표로 넣기로 했고 정부 재정사업에 고용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인세 인상도 그런 사례로 꼽힌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만 적용된다. 해당 기업은 129개 정도다. 이것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나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부작용보다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고 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세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중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이 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어발 확장으로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과도한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유연성보다 안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안정성과 유연성을 같이 추구하는 나라도 있다.
“덴마크가 대표적인데, 덴마크는 직장을 잃어도 (실업급여로) 90% 수준의 봉급을 받는다. 재취업 교육 체계가 엄청 잘 돼 있고 자기가 원하면 바로바로 취업이 된다. 고용의 황금 삼각형 모델이다. 우리도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유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규제를 풀고,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00% 동의한다. 곧 만들어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규제를 혁파하겠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인데 우리는 있는 것만 하고 새로운 것은 못하게 한다. 각종 규제가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같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걸 안 바꾸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만 강조하는 것 같은데.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경제, 공정한 경제, 혁신성장이 대통령 경제철학에 다 들어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일자리 같은 수요 쪽만 강조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 중심의 공급 혁신만 강조하면 양극화 심화로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와 소득 주도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맞지만 (동시에) 구조개혁과 기술혁신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쌍끌이 성장 전략으로 가야 한다.”
▷구조개혁 같은 정책은 잘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정도밖에 안 됐다. 짧은 한시(漢詩)에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다. 지금은 기(起)다. 좀 더 지켜봐달라.”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도 많다.
“맞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외국에 만든 일자리가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110만 개가 외국으로 나갔다. 반면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만든 일자리는 이 기간 20만 개에서 27만 개로 7만 개밖에 안 늘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안 나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기도 하지만 적어도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해외에 나간 기업도 국내로 유턴할 정도로 규제를 혁파하겠다. 이와 관련해 30일 유턴기업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유턴기업이나 그런 의향이 있는 기업들의 애로를 들을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일자리 보고’라고 하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기피한다.
“중국은 1년에 700만 명이 대학을 졸업해 350만 명이 창업하는데 한국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변호사, 공무원, 의사가 되려고 한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젊은이들이 왜 이러느냐.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패가망신하니까 그렇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자는 성공하기까지 평균 두 번 실패했다.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창직(job creation)도 중요하다. 미국은 직업 종류가 3만1000개인데 우리는 1만2000개다. 이걸 늘리려면 정부가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해 이를 활용한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용석/김형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일자리위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개별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다. 국정운영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도로에 비유하면 일자리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고속도로가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국민도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고속도로’는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가 만들어졌고 청와대에 처음으로 일자리 수석이 생겼다. 17개 광역시·도와 각 부처에 일자리 전담부서를 만들기로 했고 세제, 금융, 공공조달 등 정부 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평가 때 일자리 창출을 핵심 지표로 넣기로 했고 정부 재정사업에 고용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인세 인상도 그런 사례로 꼽힌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만 적용된다. 해당 기업은 129개 정도다. 이것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나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부작용보다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고 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세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중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이 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어발 확장으로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과도한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유연성보다 안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안정성과 유연성을 같이 추구하는 나라도 있다.
“덴마크가 대표적인데, 덴마크는 직장을 잃어도 (실업급여로) 90% 수준의 봉급을 받는다. 재취업 교육 체계가 엄청 잘 돼 있고 자기가 원하면 바로바로 취업이 된다. 고용의 황금 삼각형 모델이다. 우리도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유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규제를 풀고,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00% 동의한다. 곧 만들어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규제를 혁파하겠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인데 우리는 있는 것만 하고 새로운 것은 못하게 한다. 각종 규제가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같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걸 안 바꾸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만 강조하는 것 같은데.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경제, 공정한 경제, 혁신성장이 대통령 경제철학에 다 들어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일자리 같은 수요 쪽만 강조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 중심의 공급 혁신만 강조하면 양극화 심화로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와 소득 주도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맞지만 (동시에) 구조개혁과 기술혁신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쌍끌이 성장 전략으로 가야 한다.”
▷구조개혁 같은 정책은 잘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정도밖에 안 됐다. 짧은 한시(漢詩)에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다. 지금은 기(起)다. 좀 더 지켜봐달라.”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도 많다.
“맞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외국에 만든 일자리가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110만 개가 외국으로 나갔다. 반면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만든 일자리는 이 기간 20만 개에서 27만 개로 7만 개밖에 안 늘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안 나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기도 하지만 적어도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해외에 나간 기업도 국내로 유턴할 정도로 규제를 혁파하겠다. 이와 관련해 30일 유턴기업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유턴기업이나 그런 의향이 있는 기업들의 애로를 들을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일자리 보고’라고 하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기피한다.
“중국은 1년에 700만 명이 대학을 졸업해 350만 명이 창업하는데 한국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변호사, 공무원, 의사가 되려고 한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젊은이들이 왜 이러느냐.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패가망신하니까 그렇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자는 성공하기까지 평균 두 번 실패했다.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창직(job creation)도 중요하다. 미국은 직업 종류가 3만1000개인데 우리는 1만2000개다. 이걸 늘리려면 정부가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해 이를 활용한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용석/김형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