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제안에 바른정당 반색…"영향력 확대 의도" 해석 나와
민주 "논의할 수 있다" 유보 속 '노림수' 의심…한국당은 반대


국민의당이 22일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자고 또다시 운을 띄워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하지만 다당제 구조에서 각 당의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합의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석수에서 국민의당에 이어 제4당이자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은 이번 제안에 반색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개혁 입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필요하면 논의해볼 수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적대적 양당제의 산물인 국회선진화법은 개정돼야 한다"면서 "다당제 현실에 맞게 단순과반으로 고치고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회선진화법 아래서는 원내 의석의 60%(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주요 쟁점 법안을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이 요건을 50%(150석) 이상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국민의당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지난 2월 "다수당의 일방적 날치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만든 선진화법이 교섭단체가 4개나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이 거듭 법 개정을 제안하는 속내에는 원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이 120석, 한국당이 107석, 국민의당이 40석, 바른정당이 20석을 각각 나눠 가진 상황에서 의결 요건을 150석 이상으로 완화하면 국민의당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안처리 기준을 단순과반으로 낮추면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의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국민의당이 이쪽저쪽을 오가며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제격이다.

바른정당도 큰 틀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에 공감했다.

이혜훈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몽니를 부리는 정치세력이 있는 한 국회선진화법은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걸 고쳐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른정당은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4당 체제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대선 때부터 개혁 입법이라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했다"며 "지금 4당 체제에서 법을 개정해 패스트트랙을 더 촉진하자는 건 여당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소수정당의 원내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면 민주당은 과반의 힘을 가지게 된다"며 "여당이 협치 정신을 보완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애초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도 일단 국민의당의 의도에 촉각을 세우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이 우리 당과 사전에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된다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와 인사청문 정국에서 국민의당의 당론 방향에 따라 애를 먹은 적이 있는 만큼 안건 의결 요건의 완화가 과연 어느 쪽에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제안에 대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심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고상민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