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논의 시작조차 못한 심의위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정하는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심의위)가 주요안건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는 다음달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 발표 이전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졸속 결정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23일 교육부와 심의위 등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전날까지 열린 3차례 회의는 의견청취 수준에 머물렀다. 심의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그동안 이해당사자 견해차만 확인했다. 위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실질적 안건 심의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심의위 회의는 2~3차례 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히 논의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다루는 안건이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갈등을 빚는 데다, 각계에서 추천한 심의위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아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심의위는 노동계 추천 2명, 고용노동전문가 2명, 교원단체 추천 1명, 학부모단체 추천 1명,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 2명, 국립대 1명, 교육부 1명 등 10명의 위원으로 꾸려졌다.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만큼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짧으면 열흘, 길어도 한 달 이내에 심의위가 교육공무원법이 정한 교원 임용체계를 흔드는 결론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다. 각 시·도교육청의 기간제 교사 임금이 2배 내외까지 차이 나고 채용 규모가 천차만별인 점도 걸림돌이다.

지방의 한 교대 교수는 “일정 기간 근무했다고 의사나 변호사 자격을 부여한다면 말이 되나. 마찬가지로 교원도 전문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수 인원이라도 임용시험을 치지 않고 다른 입직(入職) 경로로 정규교사가 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령 심의위가 정부 기조에 맞춰 전향적 결론을 낸다 해도 정규직화 적용 범위와 수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상시업무 여부, 근속연수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점쳐볼 수 있다. 현재도 조리원·영양사 등 학교비정규직 상당수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밀한 고용 형태 분석과 수요 예측이 필수다. 스포츠전문강사는 ‘프로그램 기반 채용’이 대부분인데 일률적으로 정규직화하면 학교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간제 교사·강사와 현직 정규교사·예비교사 양쪽으로부터 연일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심의위원들 사이에선 회의론까지 흘러나왔다. “심의위 결정이 얼마나 구속력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하는가 하면 “교육부 외의 다른 부처에서도 심의위를 운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부담이 큰 사안을 심의위에 미뤄놓고 정작 당국은 한 걸음 뒤로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형기 교육분야고용안정총괄팀장은 “고용부 요청에 따라 심의위를 구성한 것”이라며 “교육 부문에 비해 언급이 덜 될 뿐 다른 부처도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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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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