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 아니 '개인적 영상물'
"삭제요?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하죠"
"야한 게 나쁜 게 아니라 폭력이 나쁘다"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몰카 영상물 유통 사이트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영상물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정부는 '리벤지 포르노'와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대통령까지 나섰을까요?

2016년 7235건
-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 이용 촬영' 건수 (출처 : 경찰청)
2012년 2412건
2013년 6525건
2014년 6635건
2015년 7615건 (5년 간, 약 5배 증가)
매년 늘어가는 범죄들, 대체 '리벤지 포르노'가 뭐길래?

- 리벤지포르노?
'너 때문에 아직도 너와 내가 주인공인 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더라.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고, 모두 내 욕을 하는 것 같고, 누군가가 알게 되면 나를 걸레라고 생각하고 비웃게 될까 봐 말하지 않은 채 홀로 견디다 자살을 하는 분도 계세요. 이 같은 피해자들은 사회권을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죠. 영상 하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권리도 다 잃을 수 있는 거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리아'
난 평생 내가 야동 속 주인공이 될 줄은, 내 몸 전부와 내가 진짜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했던 둘만의 행동들이 어마어마한 사람들한테 보일 줄은, 내가 ○○녀 이런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유명 스타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어. (중략)
음란물 사이트에 내가 나온 영상이 떠있고 내 얼굴, 몸매 평가는 물론 체위, 신음소리가 어떻느니 평가하는 댓글들이 가득 차 있는 그걸, 나 자신이 보는 게 어떤 기분일지 넌 상상돼?'
-<네이트판> 댓글 중
"돌아다니는 유출물은 클릭할 때마다 매번 강간(성폭력)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어요. 한 번의 클릭도 피해자분에게는 너무 많은 가해라는거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여파 '
"삭제요?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하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모니터링 팀장 '양지'

- '비동의 유출 영상' 삭제 (사이버 장의사 의뢰 시)
시간: 최소 3개월 이상
가해자가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삭제에 걸리는 시간도, 비용도 끝이 없습니다.
당장 영상을 지운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포인트나 현금을 벌기 위해 영상을 재업로드 하는 사람들
그 영상을 또 다시 소비하는 사람들
그들이 새로운 가해자 입니다.
"피해를 해결한다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는 게 사건과 수사가 다 끝난 상태에서도 영상은 다시 업로드될 수 있어요. 거의 영원한 고통. 끝났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년 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항상 있어요. '해결이 됐다'라고 말하려면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더 이상 유출영상이 올라오지 않아야 해요. 올린다 하더라도 아무도 클릭하지 않아서 조회 수가 0이 돼야 하죠. 지금으로서는 '끝까지 해결이 됐다 '라고 하는 사례는 없어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리아'
단 1건의 '비동의 유출 영상'도 완벽하게 삭제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리벤지 포르노란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피해사실'은 '포르노'가 아니잖아요. 보면서 자위하고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영상이 아닌 범죄의 증거일 뿐인데 포르노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리아'
8월 4일 여성가족부는 '리벤지포르노' 대신 '개인간 성적 영상물'로 지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포르노'라는 표현 자체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 2차 가해

"피해자에 대한 낙인도 가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피해자를 위한다는 가면을 쓰고 '그러길래 왜 그런 영상을 찍었어' ,'왜 그런 영상을 누구한테 보냈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실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거든요.야한 게 나쁜 게 아니라 폭력이 나쁜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여파'

책임= 김민성, 연구= 강동희 한경닷컴 기자 ar491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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