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실수때문에…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제동
우리은행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지난 10년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외환, 장외파생 업무를 불법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가 불가피해 우리은행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바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작업을 했다. 과거처럼 종합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계열사로 증권사를 둔다는 전략에서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다른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기보다는 현재 보유한 종금사를 증권사로 바꾸는 방법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종금이 지난 10년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외환, 장외파생 영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에서 종금사가 외환 업무와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금융당국 인가를 얻어야 한다. 우리종금(당시 금호종금)이 2007년 바뀐 법에 맞춰 금융당국에 관련 업무를 신고해야 하는데 누락했다.

우리종금은 증권사 전환에 앞서 이 같은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검사 일정이 잡히지 않은 데다 재재 여부 및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까지 거치려면 증권사 전환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기존 종금업 면허를 반납하고 증권사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환, 장외파생 업무 신고가 누락돼 증권사 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존에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한 전례가 없어 금융당국 인가를 얻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작업도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열린 ‘2017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 출범 준비를 위해 올 하반기 은행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증권사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