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공모기업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모 일정이 몰리면서 연말 공모기업들이 수요예측과 청약 흥행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학습 효과’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 나설 계획인 공모기업은 9곳이다.

다음달 5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받는 게임기업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셋째 주 막바지(22일)까지 사흘만 제외하고는 매일 공모주 청약이 있다. 샘코와 앱클론(7~8일 청약), 선익시스템과 엠플러스(11~12일), 신흥에스이씨와 유티아이(18~19일)는 같은 날 맞붙게 된 상황이다. 유티아이와 에스엔피월드(19~20일)는 청약일이 하루 겹친다. 다른 공모기업들도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며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여느 때보다 북적북적한 가을 공모주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청약에 나선 공모기업은 5개(스팩·리츠 제외)에 그쳤고 청약 일정이 중복되지도 않았다.

공모기업들이 다른 회사와 ‘겹치기 청약’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지난해 말 공모시장의 아픈 경험 탓이다.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려는 공모기업이 연말에 몰리면서 대부분 저평가를 받았다. 청약 기회가 많을수록 투자금과 시장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청약에 나선 공모기업 15곳 중 9곳이 희망가격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바이오기업인 피씨엘과 아스타 및 유바이오로직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추진했던 이엘피 등은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이듬해로 미루기도 했다.

올해는 10월에 긴 추석연휴 기간을 피해 일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촉박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담당 임원은 “연말에 일정을 추진하느니 차라리 내년으로 넘기겠다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연말 청약을 하는 공모기업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