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의 하이원CC(파72)는 해발 1175m의 고원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여름 기온이 섭씨 25도에 불과해 여름 골프대회를 열기에는 최적지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해는 악천후로 악명을 떨칠 듯한 분위기다. 24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부터 선수들이 비바람과 사투를 벌였다.

루키 장은수(19·CJ오쇼핑)에겐 악몽 같은 하루였다.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그는 후반 네 번째 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고도 2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다섯 번째 홀(파5)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11타 만에 홀아웃을 한 ‘섹튜플 보기’를 범한 것이다. 깃대가 부러질 듯 강한 바람에 폭우까지 내려 샷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티샷이 러프로 들어간 데 이어 두 번째 샷이 나무를 맞고 더 깊은 러프로 들어가는 탓에 벌타를 받고 제자리에서 네 번째 샷을 쳤다.

하지만 이 샷도 러프로 들어갔고, 이후 샷은 아예 그린 앞 해저드에 빠졌다. 그린에 겨우 공을 올렸을 때는 이미 9타를 친 후였다. 2m 안팎의 퍼팅마저 홀컵을 외면해 결국 파5홀에서 6오버파 11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프로 무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섹튜플 보기다. 맥이 풀린 장은수는 이후 9번홀(파4)에서도 더블보기를 내줘 6오버파 78타로 경기를 마쳤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본선 진출이 어려운 성적이다.

올 시즌 챔프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 삼천리투게더오픈 챔피언인 ‘괴물 신인’ 박민지(19·NH투자증권)는 버디는 한 개만 잡아내는 데 그치고 보기 6개, 더블보기 1개 등 실수를 쏟아내며 7오버파 79타를 쳤다. 두산매치플레이에서 박인비(29·KB금융그룹)를 제치고 우승한 김자영(26·AB&I)도 더블보기 2개를 내주는 등 고전한 끝에 7오버파를 적어냈다. 13개월 만에 국내 투어에 얼굴을 내민 이보미(29)는 첫홀(파4) 버디를 잘 지켜내며 1언더파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