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하자 재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법리적 판단을 떠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가 부패 혐의에 연루돼 경영 일선을 오랜 기간 떠나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삼성 경영과 한국 경제에 줄 타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삼성이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특히 고의적인 범죄 의도를 갖고 이런 것을 했다기보다 정부의 요구를 기업이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뤄진 일인데 이런 상황이 좀 더 충분히 고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한국 간판 기업의 총수가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없는 여건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 현실을 보면 미국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우리를 옥죄고, 중국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핑계로 무역 제재를 가하는 등 국제적인 무한경쟁에 놓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9%, 영업이익의 30.7%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이라며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4대 기업의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괜찮은 산업은 반도체 정도뿐"이라며 "그 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이 위기를 잘 수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는 "주요 기업의 총수가 유죄로 수감되면 경제가 위축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며 "앞으로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삼성의 최순실 관련 지원을 '뇌물'로 인정한 판결 자체에 대해서는 논평을 피했다.

'안타깝다'는 의견을 낸 재계 관계자들도 "그렇다고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법원의 판결은 충분히 존중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 압력으로 돈을 내놓은 피해자인데 억울하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호경 기자 sisyphe@yna.co.kr,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