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에 투자 매력 '쑥'…스팩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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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상장 심사 까다로워지자…'문턱' 넘은 기업 상한가 속출
거래소 올 합병상장 40% '퇴짜'…심사 통과한 기업은 가치 부각
대우3호·하이2호·케이프이에스…합병 승인 직후 상한가 직행
거래소 올 합병상장 40% '퇴짜'…심사 통과한 기업은 가치 부각
대우3호·하이2호·케이프이에스…합병 승인 직후 상한가 직행
비상장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주가가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 승인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심사 절차가 크게 까다로워지면서 이를 통과한 소수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다소 부진했던 탓에 증권사들이 합병 대상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분위기도 투자 매력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합병 승인 소식에 상한가
비상장 건강기능식품업체인 메디오젠과 합병을 추진 중인 대우스팩3호는 25일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3380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가 전날 합병 상장을 승인하면서 주식가치 상승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스팩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유망 기업과 합병할 때 큰 차익을 올릴 수 있다.
대우스팩3호에 앞서 승인을 얻은 하이제2호스팩(7월6일 휴마시스와 합병 승인), 케이프이에스스팩(6월22일 켐트로스와 합병 승인)도 승인 이튿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케이프이에스스팩은 합병을 결정한 지난 4월7일 2649원이던 주가가 한때 883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은 0.64% 오른 6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서만 40% 넘는 합병 상장 건에 ‘퇴짜’를 놓는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승인 문턱을 넘은 기업들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팩 전문 자문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상장 후 존속 기간(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스팩들의 합병 승인 청구가 최근 집중되면서 거래소가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승인을 얻은 기업들은 그중에서도 검증된 종목들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 공시한 스팩 심사 결과는 모두 14건으로 이 가운데 6건(43%)은 미승인(자진철회 포함)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승인 비율이 20%였다. 지난 6월에 심사를 청구(9개사)한 뒤 최근 결과를 받아든 기업 네 곳 중엔 메디오젠 한 곳만 승인을 얻었다.
증권사들이 합병 결정 뒤 주가 부진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팩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스팩 주식 발행 총액의 5%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지난해 다수의 스팩이 합병 이후 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증권사들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횡보장서 투자매력 커”
IPO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스팩이 다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합병을 마친 스팩 36개 가운데 31개가 합병 발표 후 6개월 기준으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은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공모자금과 연 1~2% 안팎의 이자를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해산한다. 합병 대상이 만족스럽지 못해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국내 스팩은 2009년 12월 제도 도입 이후 이날까지 121개사가 상장했다. 이 가운데 47개사는 비상장사와 합병을 끝냈다. 현재 상장된 스팩은 58개다. 공모가는 일률적으로 주당 2000원이다. 상장된 스팩의 평균 주가는 25일 기준으로 2163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투자한 스팩이 유망 기업과 합병해 주가가 상승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 대체투자 수단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태호/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
비상장 건강기능식품업체인 메디오젠과 합병을 추진 중인 대우스팩3호는 25일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3380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가 전날 합병 상장을 승인하면서 주식가치 상승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스팩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유망 기업과 합병할 때 큰 차익을 올릴 수 있다.
대우스팩3호에 앞서 승인을 얻은 하이제2호스팩(7월6일 휴마시스와 합병 승인), 케이프이에스스팩(6월22일 켐트로스와 합병 승인)도 승인 이튿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케이프이에스스팩은 합병을 결정한 지난 4월7일 2649원이던 주가가 한때 883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은 0.64% 오른 6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서만 40% 넘는 합병 상장 건에 ‘퇴짜’를 놓는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승인 문턱을 넘은 기업들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팩 전문 자문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상장 후 존속 기간(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스팩들의 합병 승인 청구가 최근 집중되면서 거래소가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승인을 얻은 기업들은 그중에서도 검증된 종목들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 공시한 스팩 심사 결과는 모두 14건으로 이 가운데 6건(43%)은 미승인(자진철회 포함)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승인 비율이 20%였다. 지난 6월에 심사를 청구(9개사)한 뒤 최근 결과를 받아든 기업 네 곳 중엔 메디오젠 한 곳만 승인을 얻었다.
증권사들이 합병 결정 뒤 주가 부진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팩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스팩 주식 발행 총액의 5%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지난해 다수의 스팩이 합병 이후 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증권사들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횡보장서 투자매력 커”
IPO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스팩이 다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합병을 마친 스팩 36개 가운데 31개가 합병 발표 후 6개월 기준으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은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공모자금과 연 1~2% 안팎의 이자를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해산한다. 합병 대상이 만족스럽지 못해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국내 스팩은 2009년 12월 제도 도입 이후 이날까지 121개사가 상장했다. 이 가운데 47개사는 비상장사와 합병을 끝냈다. 현재 상장된 스팩은 58개다. 공모가는 일률적으로 주당 2000원이다. 상장된 스팩의 평균 주가는 25일 기준으로 2163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투자한 스팩이 유망 기업과 합병해 주가가 상승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 대체투자 수단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태호/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