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영업 30년째인데 서울교총이 돈을 굴렸다는 얘긴 처음 듣네요.”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상조회가 고위험 투자로 243억원의 결손금을 내 해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의 말이다.
서울교총 상조회, 240억 투자손실로 해산 절차…운영 어떻길래
서울교총은 그나마 기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달하지만 ‘구멍가게’ 수준의 상조회, 공제조합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초저금리 시대에 서울교총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대부분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 돈 60% 날린 엉터리 투자

박호철 서울교총 대변인은 25일 “투자 손실 등으로 인해 상조회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며 “사무실 건물 매각 등을 통해 4824명 회원의 투자 원금을 모두 보전해 줄 때까지만 유지하고, 보전 절차가 완료되면 즉시 해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상조회 기금액이 원금 321억원과 퇴직이자 102억원 등 총 432억원(5월 말 기준)이어야 하는데 현재 기금 평가금액은 약 180억원에 불과하다”며 “전임 집행부가 보험 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만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999년에 설립된 서울교총 상조회는 개인당 1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을 매월 받아 기금을 조성하고, 회원들에겐 ‘시중금리+알파’를 보장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회원 수 급감, 저금리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상호 부조로 출발한 상조회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다. 1999년 교원 정원 축소에 이어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으로 명예퇴직 교원이 대거 발생한 게 결정타였다. 회계책임자가 기금 일부를 모친의 전세보증금 이체에 쓰는 등 비위도 만연했다.

2012년 전국교수공제회 사태와 비슷한 구조다. 원리금 보장을 약속하며 전국의 교수를 상대로 2829억원을 모집한 이 단체는 직원 횡령을 계기로 실체가 드러나 결국 해산했다. 공제회 회장 등 관련자들은 실형을 받았다.

◆시한폭탄, 상조회와 공제조합

금융투자업계에선 감시망 밖에 놓인 각종 상조회 및 공제조합이 부지기수라고 보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공제조합’을 검색하면 수십 개가 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본사에서 담당하는 곳만 150곳 정도”라며 “그 외 기금 규모 수십억원 정도의 작은 곳들은 증권사나 보험사 지점들이 담당한다”고 귀띔했다.

공제조합 중 원금 보장 등 법률적인 보호를 받는 곳은 교직원·지방행정·군인·경찰·노란우산공제회 등 설립 근거법이 마련된 곳들뿐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전문 운용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회원들에게 이자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교육계만 해도 교육부 출신 전직 간부가 운영하는 상조회(초등학교 교장 대상)가 있을 정도로 사적 상조회 조직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대학 내 의료상조회, 생활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교총 외에 다른 시·도교총들도 회비에서 매달 1000~3000원씩을 공제하는 형태로 상조회를 운영 중이다. 다만 서울교총처럼 이자를 붙여주는 형태는 아니고, 기금 대부분을 은행에 맡겨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모아 이를 굴리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고, 다단계 판매 같은 유사 수신행위도 금융당국의 관할이지만 특정 직업, 직장별로 자율적으로 기금을 조성한 행위에 대해선 근거 법률 등 ‘룰’ 자체가 없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