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떠오른 '보수야당 통합'…이종구 "친박 청산땐 가능"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합당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무너진 보수 지지층을 재건하고 정부·여당을 견제하려면 두 당이 다시 합쳐야 한다는 것이 합당론의 배경이다.

보수 정당이 두 개로 분열된 상태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합당론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두 당이 합당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갈라섰던 두 당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로를 향해 ‘적폐’ ‘배신자’라고 비난하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25일 전화통화에서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청산이 이뤄진다면 합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인 인적 청산 내용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박 8적’의 출당”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지난 5월 대선 직전 한국당으로 넘어갈 때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친박 청산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최근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거듭 제기하고 있는 것도 한국당 내 인적 청산을 통해 바른정당에 합당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끝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한국당이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은 구체제와의 단절”이라며 “국정파탄 세력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한국당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주축이 돼 지난 23일 출범한 연구단체 ‘열린 토론 미래’도 양당 통합 논의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저서 《문재인 포퓰리즘》에서 “야권은 작은 차이를 버리고 문재인 정권 포퓰리즘 저지라는 큰 목표 아래 힘을 합쳐야 한다”며 연대 또는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합당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합당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24일 부산지역 여성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한국당은 바른정당보다 5배가 넘는 의석을 가졌는데 지지율은 바른정당과 같다”며 “어떤 분들이 통합 어쩌고 하는데 자기들(한국당)이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니 귓등으로도 듣지 말라”고 말했다.

합당 전제조건으로 거론되는 한국당 내 친박 청산도 쉽지 않다. 홍 대표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는 당초 연석회의를 앞두고 홍 대표에게 박 전 대통령 출당 얘기를 아예 꺼내지 말 것을 요구했다. 바른정당이 친박 청산을 하지 않은 한국당과 합당 논의를 하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 시점(10월17일)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시점을 전후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 결과가 한국당 내 인적 청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