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왼쪽부터),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은 이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왼쪽부터),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은 이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삼성전자 간부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뇌물 수수 과정에서 삼성 간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삼성 간부도 모두 ‘일부 유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최 실장 외 3인에게 적용된 공소사실과 관련해 4개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 은닉, 재산국외 도피 혐의다. 다만 개별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들은 이 부회장과 국회 위증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혐의 내역이 겹쳤다. 이 부회장도 해당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중요 혐의인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보고 유죄라고 판단했다. 최씨가 실질적 소유자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도 유죄로 판단했다. 해당 뇌물 수수와 직결된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최지성·장충기 법정구속…재판부 "직접이익 없지만 가담 정도 중해"
재판부는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앞서 특검은 황 전무에게 7년, 나머지는 모두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최 실장과 장 차장은 삼성그룹 의사 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 부회장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 지원에 관한 박 전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전해 듣고 이 부회장과 논의를 거쳐 지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공여 등 범행을 기획하고 관련해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했다”며 “해당 의사 결정에 따라 박 전 사장 등에게 구체적인 실행 행위의 집행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범행이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가담 정도가 상당히 무겁다”고 판단했다.

◆“삼성 간부들 직접적 이익은 없어”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에 대해서도 범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피고인들은 승마 지원에 의한 뇌물 공여 범행에서 최씨 등과 직접 교섭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짜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범죄수익 은닉의 과정에서 최씨와 계속 연락하며 적극적으로 뇌물공여 범행을 은폐하고 범죄수익을 숨기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 간부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았다. 이들의 양형이 특검의 구형 수준보다 낮아진 이유다. 재판부는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삼성그룹에서 수십 년간 몸담아온 직장인으로서 이 사건 범행을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성공해도 직접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자신들의 임무 수행의 하나로 생각하고 이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도 회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부 불가피하게 위법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박 피고인은 정년에 이르도록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대한승마협회장 임무를 맡게 되면서 이 사건에 가담했고 황 피고인도 마찬가지”라며 “해당 혐의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