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저격수' 장하성 실장, 주식 53억 지난 6월 모두 처분
청와대 참모진의 재산공개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재산이 가장 많은 데다 그중 절반 이상인 53억원이 주식 평가액이어서다. 과거 ‘대기업 저격수’로 활약해온 장 실장이 재산신고 당시인 지난 5월 기준으로 대기업 주식을 수십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실장은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의무에 따라 지난 6월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 현금화했다.

장 실장은 1990년대 후반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부터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겨냥해 소액주주 운동을 줄곧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거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 사례도 적지 않다. 장 실장이 상당수 주식을 이 시기부터 사들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장 실장의 보유주식 중에는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1~10주만 사들인 종목이 15개에 이른다. 통상 한 주만 가지고 있어도 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할 수 있어 경영진 압박이 가능해지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배구조 압박용’보다는 ‘투자용’으로 해석할 만한 종목들도 적지 않다. CJ E&M(1만3630주) LG디스플레이(8950주) 현대차(1300주) LG전자(1087주) 등 1000주 이상 대량 보유종목이 10개에 달했다. 대부분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보유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LG생활건강 네이버 등 상승폭이 컸던 대형 정보기술(IT), 생활용품 관련 종목이었다.

삼성전자는 2억원어치, LG생활건강은 4억4000만원어치, 네이버는 3억2000만원어치를 각각 보유했다.

장 실장은 일부 언론사의 주식도 취득했다. 한겨레 주식 1920주,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발행사인 참언론 주식 1000주를 가지고 있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