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제 “정부가 쉬라고 하면 쉬어야 한다”며 “법 테두리 내에서 열심히 하는 게 기업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서 정부의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 추진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가구유통기업인 이케아는 식품 등 생활용품도 판매하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의무휴업 대상에서 빠져있다.

정 부회장이 제기한 ‘규제 형평성’ 이전에,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대규모 유통점포들을 의무휴업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임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유통점포 의무휴업은 소비자 권리만 침해해 왔을 뿐임이 이미 곳곳에서 입증된 터다. 더구나 복합쇼핑몰은 단순 쇼핑장소가 아니라 영화도 보고, 가족 또는 친구들과 밥도 먹고, 책도 보는 등 다양한 생활공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복합쇼핑몰 규제뿐만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월 4회, 대규모 점포 개설 허가제, 출점 시 지역협력계획서 첨부 의무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동네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경로로 확연해졌다.

유통업의 높은 고용유발 효과는 물론 시장과 소비패턴 변화, 소비자 편익 등에 눈 감고 귀 막은 정부·여당의 ‘대기업 혐오증’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