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조류 대발생' 이후 회남수역 남조류 최고치 치솟아
잦은 비로 영양염류 유입 증가…당분간 개선 기대도 어려워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의 녹조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16년만에 최악' 대청호 녹조 갈수록 악화…수질 비상
회남수역(충북 보은)에 내려진 조류 경보가 한 달 만에 모든 수역으로 확대됐고, 진앙이 된 회남수역 남조류는 20만cells/㎖을 넘어섰다.

2001년 이 수역에 최초로 조류경보 '대발생'이 내려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조류경보는 2주 연속 남조류가 1천cells/㎖을 넘어설 때 '관심', 1만cells/㎖ 이상이면 '경계', 100만cells/㎖ 돌파하면 '대발생'을 발령한다.

지난달 26일 올해 첫 조류경보가 내려질 당시 회남수역 남조류는 4천594cells/㎖였다.

그러던 것이 2주만인 지난 7일 2만724cells/㎖로 급상승, '관심'에서 '경계'로 경보가 강화됐다.

지난 21일 이곳의 남조류는 무려 20만6천126cells/㎖로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이곳 물이 하류로 이동하면서 지난 7일과 21일 문의(청주)와 추동수역(대전)에도 연달아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대전시 취수탑이 있는 추동수역 남조류는 순식간에 1만4천422cells/㎖까지 치솟아 상수원 수질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최근 날씨를 감안할 때 이곳 조류경보는 이번 주 '경계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16년만에 최악' 대청호 녹조 갈수록 악화…수질 비상
대청호에는 1998년 조류경보제를 도입한 이후 1999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경보가 발령됐다.

심할 경우 석 달 넘게 이어진 해도 있다.

이곳이 '녹조라떼'라는 수식어가 달릴 만큼 녹조에 취약한 것은 호수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청호는 금강 중류에 댐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다.

유역면적이 넓고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겨 적은 비에도 오염물질의 호수 유입이 상대적으로 많다.

물이 머무는 시간이 162일로 매우 길고, 상류에 오염원이 많은 것도 녹조 발생에 취약한 구조로 지적된다.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과다증식해 발생한다.

수온이 25℃ 이상인 상태에서 인·질소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지면 남조류가 필요 이상으로 불어나 악취를 일으키고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계속된 비가 대청호 녹조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녹조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빗물에 씻겨 끊임없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대청호 유역에는 지난달 이후 524.9㎜의 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게릴라성 호우의 특성을 띠면서 지속해서 호수에 빗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16년만에 최악' 대청호 녹조 갈수록 악화…수질 비상
과거 대청호에는 내려진 조류경보가 10월 이후까지 유지된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조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 측은 "남조류가 성장을 멈추려면 수온이 20도 근처로 떨어져야 하는데, 무더위가 계속되는 한 조류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조류 악화 또는 장기화에 대비해 수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청댐관리단은 소옥천이 합류되는 추소수역에 조류 제거선을 투입하고, 수차(수면 포기기) 15대를 가동해 용존산소량을 늘려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추소·회남·문의수역에는 수중 7m 깊이의 차단막 4개를 설치해 조류가 댐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고 있다.

대전시와 청주시 취수장도 조류 영향을 덜 받는 심층수 취수에 나서면서 분말 활성탄을 투입해 조류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맛과 냄새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녹조가 예년보다 심하지만, 아직 상수원 수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물고기 집단폐사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상황 악화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