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자와 합의 불구, 공소기각을 징역형으로 잘못 판결
전과자에게 선고유예, 2심에서 오류 지적 바로잡아


광주지방법원 판사들이 법조문을 잘못 적용하고 피고인의 전과 사실을 간과한 황당한 판결을 하는 등 잇따른 엉터리 판결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할 판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를 거듭한 데다 특히 사람의 인신을 다루는 형사소송에서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3부(김영식 부장판사)는 아내를 폭행한 혐의(상해·폭행)로 기소된 A(3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3∼2016년 자신의 집 등에서 아내(25)를 상습 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결과가 2심에서 바뀌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번 2심 판결은 '1심 판결을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은 매우 황당한 사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공소 제기 후 합의서를 제출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공소 기각 판결을 해야 했는데도 원심은 이를 간과하고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260조는 '폭행죄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인 A씨의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냈으므로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 유지를 할 수 없는데도 1심 재판부는 이를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잘못 판단한 폭행죄 부분을 공소 기각으로 바로잡았다.

상해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자녀 양육의 필요성 등을 들어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전과가 있는 피고인에게는 선고유예를 할 수 없는데도 판사가 이를 모른 채 강제추행범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한 사례도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2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B(5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도 제출하도록 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편의점에서 지인(45·여)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추행 정도가 경미한 점을 들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었다.

하지만 B씨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을 수 없는 '자격정지 이상의 전과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

형법 제59조에서 선고유예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도 2심 재판부가 '선고유예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1984년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선고유예 결격사유에 해당하므로 선고유예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금고형에 해당하는 업무상과실죄에 징역형을 선고했다가 2심에서 금고형으로 바로잡기도 했다.

단순 형량 조정이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아닌 판사의 잘못된 법 적용이나 실수로 판결이 번복된 사례가 이처럼 잇따르자 이런 엉터리 판결이 과거에도 있지 않았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안이 경미하거나 사회적인 이목이 쏠리지 않는 사건에서 안일하게 사건 처리를 하는 것 같다"면서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정확성과 공정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