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발 닿는 곳마다 블루의 향연 … '신의 선물'을 독차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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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작은 보석' 몰타
세상의 모든 해변 모였나 … 색과 빛의 유혹
바위 깎아낸 '천연 수영장'에선 멋진 다이빙!
버스로 한 정거장만 이동해도 눈 앞에 전혀 다른 풍광 펼쳐져
비포장도로·바위·잡초 많아 불편하지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
세상의 모든 해변 모였나 … 색과 빛의 유혹
바위 깎아낸 '천연 수영장'에선 멋진 다이빙!
버스로 한 정거장만 이동해도 눈 앞에 전혀 다른 풍광 펼쳐져
비포장도로·바위·잡초 많아 불편하지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

해변마다 각각 다른 매력이 물씬
몰타에 머무는 열흘 내내 가장 중요한 일과는 새로운 해변을 찾는 것이었다. 몰타를 에워싸고 높고 낮게 찰랑이는 파도는 서로 같지 않아, 버스 한 정거장만 이동해도 완전히 다른 풍광 앞에 서게 된다. 수도 발레타와 가장 가까운 슬리에마 해변은 바다로 내려가는 사다리 몇 개를 바위 여기저기에 꽂아 놓아 만들었다.
20대 초반 무리가 떼지어 묵는 파티 타운 파체빌에는 수영보다는 새벽까지 쉴 새 없이 맥주와 와인을 들이켤 분위기를 돋우는 작은 해변이 있다. 다이빙과 서핑 등 수상 스포츠 업체가 모여 있는 넓고 맑은 멜리에하 해변은 몇 번이나 찾았다. 섬 반대편으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리면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골든 베이가 있다. 거침없이 파도를 넘는 서퍼들을 구경하며 바위 언덕을 넘어 임좌르 해변으로 가는 길은 텅텅 비어 혼자 걸었다. 헤아릴 수 없이 넓은 바다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벅찬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고생스러운 길일수록 붐비지 않는 것은 똑같다.

불편한 것 많지만 그것이 더 매력적
몰타를 작은 섬이라고 얕잡아 보면 안 되는 것이, 휴가를 떠나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벽같이 일어나 밤 늦게까지 곳곳을 누볐는데 열흘이 빠듯했다. 다음에 올 이유를 만든다는 뻔한 핑계를 대며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한 번 비치 타월을 깔고 누우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른다. 그 여유로운 풍경에 압도되고 만다. 몰타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몰타의 버스도 여기에 한몫한다. 몰타인으로 가득한 만원버스는 시간표를 지키지 않는다. 그늘 한 점 없는 정류장에서 빨래처럼 바싹 마르는 시간이 무척이나 많았다.


음식은 맛없지만 친절한 사람들
몰타 여행자들이 평균적으로 머무르는 기간이 8.5박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떠나는 여행자가 대부분이라 하니 매우 긴 시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몰타는 자연도 문화도 음식도 사람도 여러 번 겪어봐야 알 수 있다. 나름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몰타에서만 유독 시간이 걸린다. 인접한 국가도 거의 없지만 그 어떤 곳과도 닮은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몰타의 유일한 단점은 음식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발길 닿는 대로 헤매다 아무 곳에나 들어가도 깜짝 놀랄 만한 맛의 파스타와 피자를 매 끼니 먹을 수 있었다.


‘섬 속의 섬’ 고요하고 깊은 고조 섬
몰타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조금만 이동해도 완전히 다른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몰타 본섬에서 보트로 30여 분만 가면 나타나는 고조 섬이 이번 여행 속 여행이었다. 채도 높은 몰타에서 파스텔빛 고조 섬으로 넘어오니 그 대조가 강렬했다. 방음실에 들어선 것 같은 잔잔한 고요함이 이 섬을 강하게 누르고 있다. 이 섬에서는 고양이도 더 느릿하게 기어가고 파도도 왠지 더 얌전하게 살랑대는 것 같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님프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7년 동안 잡아 뒀던 섬이다.
고조는 신화 속 거인들이 만들었다고 해 몰타어로 ‘거인들의 것’이라는 뜻이다. 고조의 상징과도 같았던 석회암 아치가 올 3월 파도에 무너져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고조도 몰타처럼 섬의 모든 굴곡에 빼어나게 아름다운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고조 섬 북쪽 끝에 있는 가스리 협곡에는 스무 명 이상은 자리 잡고 눕기가 어려울 정도로 좁은 자갈 해변이 있다. 파란 물에 초록색 물감을 풀다 만 듯 사방으로 흩어지는 청록 빛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와 보트를 반복한 여독을 풀었다. 끝을 모르던 물 위의 휴식을 갑자기 나타난 해파리가 끊어 놓았다. 기겁해 놀라 달궈진 자갈로 뛰어 나오니 벌써 돌아갈 시간이다. 고조를 떠나 몰타로, 몰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자리에 아쉬움의 작은 조각들을 걸어 놓았다.
여행정보
인천에서 몰타 공항으로 취항하는 직항 비행기 편은 없다. 유럽 거의 모든 도시에서 몰타 국적기 에어 몰타(Air Malta)를 비롯한 많은 항공사가 몰타 노선을 운항해 1회 경유로 찾을 수 있다. 유럽에 있는 나라 안에서 여행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솅겐 국가에 속해 별도 비자 없이 3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연간 방문자가 20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190만 명은 7, 8월에 오는 것 같다는 몰타 사람들의 반 농담처럼, 여름 성수기의 몰타는 매우 붐빈다. 7, 8월 몰타 여행자는 숙소와 항공편, 보트 티켓, 근교 투어 프로그램과 섬에서의 레저 액티비티 등을 미리 예약해야 한다.
서유럽과 대등한 물가에 비해 맛집은 그리 많지 않아, 주방이 딸린 아파트식 호텔이나 콘도를 빌려 머무는 것이 경제적이다. 몰타에서 보트를 타고 이동해 즐기는 고조 섬과 코미노 섬에는 첫 버스, 첫 보트를 타고 입성해야 검색 엔진에서 본 에메랄드빛 바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몰타=글·사진 맹지나 여행작가 missginamae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