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고 의료 취약계층의 재난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정책이 시행되면 노인, 아동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신속히 급여화한다’는 대목이다. 내년부터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급병실료도 4인실까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던 것을 2인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간호·간병서비스 또한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늘린다고 하니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게 됐다.

이런 정책은 고비용 의료비 부담을 크게 해소시켜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2005년 ‘암질환 환자 본인부담금을 5%로 경감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 속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이들 정책이 내가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전부를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60% 초반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30%는 여전히 내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의료비다.

아직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은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19.6%)의 두 배에 이른다. 이번 정책은 보편적 의료보장을 확대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긴 여정의 첫 단추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료비 위험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보험을 해약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실제로 2005년부터 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을 5%로 경감해줬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암 치료비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료비 이외의 다른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 저소득층이 아니면 이번 정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대책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비와 관련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병원비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건강보험 이외의 별도 보호장치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민영보험은 여전히 필요하다.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213> 건강보험 강화돼도 민영보험은 여전히 필요해
질병은 누구에게나 생기지만 언제 생길지 알 수 없다. 평상시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윤필경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