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샴페인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파티나 기념식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했지만 요즘은 레스토랑에서 식전주로 마시거나 요리에 다양하게 곁들인다. 바(bar)나 클럽에서 즐기는 경우도 많다. 간혹 모든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한 것만 일컫는다. 프랑스에서는 지역명과 동일하게 샹파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영어식 발음인 샴페인으로 전파된 것이다.

프랑스 북동부에 자리한 샹파뉴는 수도 파리와 가까워 여행하다 들르기에 좋다. 파리 동(Est)역에서 약 한 시간이면 주요 도시인 랭스(Reims), 에페르네(Epernay), 아이(Ay) 등에 닿는다. 랭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성당이 유명하고, 에페르네는 기차역 바로 앞부터 근사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늘어서 있으며, 아이는 중세시대 샹파뉴의 심장부였던 역사 깊은 곳이다.
에페르네 중심대로의 샴페인하우스 ‘폴로저’.
에페르네 중심대로의 샴페인하우스 ‘폴로저’.
에페르네에 갔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애비뉴 드 샹파뉴(Avenue de champagne) 대로를 따라 ‘모엣&샹동(Moet&Chandon)’ ‘페리에 주에(Perrier-Jouet)’ ‘폴 로저(Pol Roger)’ ‘고세(Gosset)’ 등 쟁쟁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서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 길의 지하에는 깊이 33m, 길이 7.5㎞의 거대한 지하저장고가 형성돼 있었다.
침전물이 모이도록 병을 거꾸로 꽂아두고 각도를 돌리는 과정.   폴로저  제공
침전물이 모이도록 병을 거꾸로 꽂아두고 각도를 돌리는 과정. 폴로저 제공
투어 안내자는 “지금은 통로를 막았지만 옛날에는 이 지하를 통해 이웃 와이너리들이 연결돼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저장고 깊숙한 곳에는 경사진 나무판에 샴페인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샴페인은 병에 담긴 뒤 2차 발효시키고 한동안 숙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단계를 마치면 침전물이 병 입구로 모이도록 이렇게 병을 거꾸로 꽂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일정 각도로 돌리는 작업을 하죠.” 요즘은 기계로 하는 곳도 있지만 유서 깊은 생산자들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윈스턴 처칠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한 ‘폴 로저’.   폴로저  제공
윈스턴 처칠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한 ‘폴 로저’. 폴로저 제공
에페르네는 작은 도시지만 멋진 레스토랑도 많다. 오전부터 노천 테이블에 앉아 샴페인을 마시는 것이 이곳에선 일상이다. 기차역 인근의 ‘라 그리야드 구르몽드(La Grillade Gourmande)’는 에페르네 사람들이 특히 사랑하는 곳이다. 푸아그라, 연어 타르타르, 비둘기 페이스트리, 갈릭 버터 달팽이, 농어구이 등을 판다. 샴페인 소스로 맛을 낸 가재 요리가 특히 인기 있다.

셰프의 추천에 따라 빈티지 샴페인을 곁들였더니 가히 환상적이었다. ‘빈티지 샴페인(Vintage Champagne)’이란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을 뜻한다. 반대로 ‘논 빈티지 샴페인(Non-vintage Champagne)’은 여러 해의 것을 블렌딩한 것을 말한다.

병에 표시되는 몇 가지 용어를 더 알아두면 샴페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은 청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란 뜻이며, 샤르도네로 만든 샴페인을 의미한다.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는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라는 뜻으로, 피노 누아나 피노 뫼니에로 만든 샴페인을 의미한다. 이런 용어들을 알아도 샴페인 마개를 딸 줄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병을 마구 흔들어 코르크가 날아가고 거품이 쏟아지게 하는 건 영화 속 장면일 뿐 실전은 정반대다. 포일을 제거한 뒤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를 누른 상태에서 철사를 풀고 병과 코르크를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야 한다.

코르크가 탄산가스의 힘으로 튀어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자. 귀한 샴페인을 흘리거나 코르크가 다른 사람에게 날아가면 안 된다고 샹파뉴 생산자들도 여러 번 강조하곤 했으니까.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