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분율 20%, 외국인 지분은 50%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간섭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지닌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대략 20% 정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3.82%로 개인 중에선 가장 지분이 많고, 이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83%, 이재용 부회장이 0.64%를 쥐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8.13%, 삼성물산이 4.57%, 삼성화재가 1.42%를 지니고 있어 이를 모두 합치면 19.86%(6월 기준)다.

반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는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을 포함해 52∼53% 선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이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의 2.5배 또는 그 이상에 달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한 셈인데 그런데도 경영권 유지에 큰 문제가 없었던 건 총수의 리더십과 실적 덕분이다.

주주 입장에선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주는 만큼 경영에 관여할 명분도, 실익도 크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총수 장기 부재의 상황에선 해외 투기 세력의 공세가 표면화할 수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번에 뇌물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을 빌미로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때 반대하며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 판결을 근거로 당시 합병을 다시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합병 무효를 주장할 수도 있다.

엘리엇은 또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나스닥 상장,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경영 간섭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 차익을 좇는 투기자본 등이 삼성의 리더십 부재 상황과 불안정을 틈타 공격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