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로 풀어낸 한국인의 삶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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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원 씨 '한국의 자연…' 전시회
29일부터 9월14일까지 한경갤러리
29일부터 9월14일까지 한경갤러리
소나무는 십장생 가운데 하나로 장수(長壽)를 의미하며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상징한다. 오랜 세월 선비사상의 근원이 절개와 의지였다는 점에서 한국미술 역사에서 소나무는 고스란히 한국의 상징적인 존재다.
중견작가 김상원 씨(60)는 이런 소나무를 그린다. 1년에 수십 차례 전국을 돌며 오랜 전설을 들려주는 소나무들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김씨에게 소나무는 그리운 사람이고 삶의 일부다. 흔해 빠진 소나무가 작가의 손에서 특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작가와 대상의 하나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나무 화가’로 잘 알려진 김씨가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한국의 자연, 늘푸른 소나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경주 남산을 비롯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봉화, 양양, 설악산 숲속에서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필법으로 그린 소나무 그림과 야생화 근작 28점을 내보인다.
소나무 그림들이 단단한 힘을 뽐냈다면 산야를 가득 메운 야생화들은 화려하고 경쾌함을 자랑한다. 신기(神氣)를 품고 있는 우람한 소나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백 년 풍상을 겪은 노송, 구름 속 용처럼 구불구불한 가지, 철갑을 두른 듯 딱딱한 나무둥치 등 소나무의 모습에 ‘우리에게 저런 소나무가 있었나’ 하며 놀라워할 정도로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
작가가 그 많고 많은 나무 중 소나무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2005년 강원 양양에서 안무에 젖어있는 소나무를 처음 봤을 때 눈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며 “가장 한국적인 미학을 소나무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나무의 삶이나 사람의 삶을 비슷하게 본다는 그에게 소나무는 ‘기억의 산물’이다. 한국에 소나무 ‘송(松)’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600여 곳이 넘을 만큼 한국 풍경과 한국인의 기억 속에는 소나무가 깊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그린 작품은 소나무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기억이다.
김씨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한다”고 소개했다. 자연이 주는 감흥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현장 사생에 주안점을 둔다는 얘기다. 2012년에는 대형 캔버스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대형 탑차까지 마련했다.
그는 소나무 옆에 자생한 야생화나 꽃나무도 놓치지 않는다. 가득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활짝 핀 접시꽃, 산수유, 들국화, 홍도 등을 화폭에 가볍게 올려놓는다. 이 때문에 소나무 그림에서 느껴지는 사실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오는 9월14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중견작가 김상원 씨(60)는 이런 소나무를 그린다. 1년에 수십 차례 전국을 돌며 오랜 전설을 들려주는 소나무들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김씨에게 소나무는 그리운 사람이고 삶의 일부다. 흔해 빠진 소나무가 작가의 손에서 특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작가와 대상의 하나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나무 화가’로 잘 알려진 김씨가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한국의 자연, 늘푸른 소나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경주 남산을 비롯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봉화, 양양, 설악산 숲속에서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필법으로 그린 소나무 그림과 야생화 근작 28점을 내보인다.
소나무 그림들이 단단한 힘을 뽐냈다면 산야를 가득 메운 야생화들은 화려하고 경쾌함을 자랑한다. 신기(神氣)를 품고 있는 우람한 소나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백 년 풍상을 겪은 노송, 구름 속 용처럼 구불구불한 가지, 철갑을 두른 듯 딱딱한 나무둥치 등 소나무의 모습에 ‘우리에게 저런 소나무가 있었나’ 하며 놀라워할 정도로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
작가가 그 많고 많은 나무 중 소나무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2005년 강원 양양에서 안무에 젖어있는 소나무를 처음 봤을 때 눈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며 “가장 한국적인 미학을 소나무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나무의 삶이나 사람의 삶을 비슷하게 본다는 그에게 소나무는 ‘기억의 산물’이다. 한국에 소나무 ‘송(松)’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600여 곳이 넘을 만큼 한국 풍경과 한국인의 기억 속에는 소나무가 깊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그린 작품은 소나무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기억이다.
김씨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한다”고 소개했다. 자연이 주는 감흥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현장 사생에 주안점을 둔다는 얘기다. 2012년에는 대형 캔버스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대형 탑차까지 마련했다.
그는 소나무 옆에 자생한 야생화나 꽃나무도 놓치지 않는다. 가득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활짝 핀 접시꽃, 산수유, 들국화, 홍도 등을 화폭에 가볍게 올려놓는다. 이 때문에 소나무 그림에서 느껴지는 사실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오는 9월14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