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실손의료보험료 인상폭이 크다는 이유로 보험사 감리에 나섰지만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험사들에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 많다던 실손보험…돈 더 받은 계약 1% 불과
금감원은 24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2008년 5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을 감리한 결과 총 41만 건의 계약에서 약 100억원 규모의 보험료가 부당하게 책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전체 실손보험 3300만 건 대부분의 보험료는 적정하게 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보험료 사후 감리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전 신고제 대신 사후 감리제도를 강화하는 등 가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 영향으로 실손보험료는 2015년 평균 3.0% 올랐지만 지난해는 18.4%, 올해는 12.4% 상승하는 등 인상폭이 커졌다. 금감원은 보험상품 가격 자율화 이후 처음 실시한 보험료 사후 감리 대상으로 실손보험을 선택한 것도 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일부 계약에서는 문제가 발견됐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부담률이 10%인 상품과 20%인 상품으로 나뉜다. 가입자 부담률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장해야 할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료도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일부 계약은 가입자 부담률이 20%인 상품의 보험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노후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낮은 데도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내준 보험금의 비중으로 낮을수록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다.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약해질까

하지만 문제가 발견된 계약은 전체 3300만 건 중 40만 건으로 1.2%에 불과했다. 부당하게 책정된 보험료는 100억원 수준이었다. 보험사들이 2008년 이후 9년간 40만 건의 계약에서 건당 약 2만5000원의 보험료를 더 받은 셈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체 실손보험 계약 건수에 비해 보험료를 부당하게 더 책정한 계약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험료 책정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의 이 같은 감리 결과를 놓고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의 근거가 약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연내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렸기 때문에 실손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국정기획위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보험사들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1조5244억원의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도 ‘가격 자율화’라는 정책의 큰 틀 안에서 진행한 데다, 인상 과정도 합리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 수준으로 팔면 팔수록 적자인 상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더 악화되면 굳이 정부 규제를 받으며 상품을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