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전망대] 균형재정 접은 예산안 29일 공개…당장은 달콤해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 100일(8월17일)을 전후로 쉼 없이 복지 대책을 쏟아냈다.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작으로 기초생활보장 제도 강화,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국유지 임대주택 건설안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자 지원책이 나왔다.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국민의 뜨거운 반응에 묻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70% 안팎까지 밀렸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복지정책 릴레이 공개에 힘입어 다시 80% 목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번주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예상 견적서’를 뜯어볼 시간이다. 정부는 29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한다. 내년 복지 일자리 교육 국방 등 각 분야에 돈이 얼마나 쓰일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5년간의 재정지출 규모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임기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가져가겠다고 공언했다. 가히 ‘재정 팽창’으로 불릴 정도다.
[월요전망대] 균형재정 접은 예산안 29일 공개…당장은 달콤해보이지만
이로써 정부가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균형재정’ 목표는 사실상 폐기 순서를 밟게 됐다. 이 정부 5년간 재정수지는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기 위한 재정 팽창이 당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헛돈 쓰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나라 곳간만 축내고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9월1일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열린다. 안 그래도 복지 예산 증세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말싸움을 벌이던 여야는 국회 문이 빨리 열리기를 기다리며 벼르고 있다. 첫 시작인 예산 심사부터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정기국회 개회 하루 전인 31일에는 6년간 끌어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다. 기아차가 패소하면 회계감정평가 기준으로 3조1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소송 결과는 한국GM 현대중공업 등 다른 업체들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도 같은 날 발표된다. 교육부는 이달 초 4개 영역을 절대평가하는 1안과 전 영역을 절대평가하는 2안을 내놨다. 교사들과 시민단체들은 두 안 모두 문제점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추후 보완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현장을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국내 경기지표도 불안해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번주엔 경기지표도 줄줄이 나온다. 29일엔 한국은행이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31일에는 통계청이 7월 산업활동동향을 공개한다. 9월1일에는 통계청이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한은이 2분기 국민소득(GNI) 및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각각 내놓는다.

고경봉 경제부 차장 kgb@hankyung.com